[바이든 승리] 노골적 미국우선주의 스톱…하지만 4년전 회귀도 아니다

입력 2020-11-08 05:30
수정 2020-11-08 09:18
[바이든 승리] 노골적 미국우선주의 스톱…하지만 4년전 회귀도 아니다

동맹 재건 통한 미국 위상 복원 추진…파리협약 재가입 등 국제공조 재시동

"중국에 강하게 나가야"…중국 패권 확장 견제 위한 강경 기조 이어갈 듯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의 승리로 국제질서를 무시하고 미국의 이익만 앞세우던 '도널드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는 일단 중단될 전망이다.

'미국이 돌아왔다'는 선언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경시한 동맹 시스템을 재건하고 자유 민주주의 국제질서 내 미국의 리더십을 복원하겠다는 게 바이든 후보의 외교안보 기본방침이다. 그러나 중국과의 패권 경쟁 가속화 속에 바이든 행정부 역시 마냥 예전으로 회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직후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기조였던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미국우선주의)와의 공식적 단절을 선언하고 국제공조 재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우선주의가 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세계질서에서 미국이 차지하던 초강대국 위상을 형편없이 끌어내렸고 시급한 복원이 필요하다는 게 바이든 후보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탈퇴를 선언한 파리 기후변화 협약 재가입을 비롯한 구체적 조치가 취임 초반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 치적으로 꼽혔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통행으로 위기를 맞은 이란 핵합의 및 쿠바 관계정상화 등을 정상궤도에 되돌리기 위한 조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국제공조가 바이든 행정부 취임 초의 중대과제가 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가 한창 확산하던 5월 말 공동 대응을 총괄하던 세계보건기구(WHO)와의 절연을 선언한 바 있다. 세계적 위기 상황에 미국이 해결에 앞장서던 관행에도 등을 돌렸고 바이든 후보는 이를 비난해왔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 대전환의 한복판에는 동맹 및 파트너십 강화가 자리잡고 있다.

동맹이 적국보다 더 미국을 벗겨 먹었고 추가 부담을 압박해야 한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는 잊어라, 미국이 돌아왔다'는 기본 기조 하에 유럽과 아시아 등지의 동맹 재정립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대거 중용이 예상되는 오바마 행정부 당시의 고위 당국자들이 이러한 방침의 실행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후보 역시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이었다.

독일의 방위비 부담 증액을 위해 발표된 주독미군 철수 조치 등도 바이든의 취임과 동시에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주둔 미군을 집으로 데려오겠다며 추진한 시리아·이라크 등지 주둔 미군 감축도 재검토 대상이다.



그러나 모든 게 트럼프 행정부 이전인 4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추격 속에 초강대국으로서의 미국의 위상이 예전만 못한 상황은 트럼프 행정부뿐만 아니라 바이든 행정부도 맞닥뜨려야 하는 현실이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트럼프 행정부 같은 고율 관세까지는 아니더라도 대중 강경책을 동원해서라도 미·중 간 패권 경쟁 시대를 돌파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처럼 노골적 줄세우기를 요구하지 않더라도 중국의 패권 확장 저지를 위해 동맹국에 상당한 수준의 협조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후보는 지난 3월 포린어페어스지(紙) 기고에서 "미국은 중국에 강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 중국이 마음대로 한다면 미국을, 미국 기업의 기술과 지적재산권을 계속 털어갈 것"이라며 "가장 효과적 방법은 동맹 및 파트너와 공동 전선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민주당이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채택한 정강·정책에도 대중 강경대응 방침이 명시돼 있다. 민주당은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보장과 대만관계법 지원, 중국의 인권탄압 대응 법률의 철저한 집행 등도 공언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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