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럿 지명자, '인준 전에는 답변 회피' 미 대법원 전통 따랐다
NYT "청문회서 침착하고 간결한 답변…민주당 공세 피해"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에이미 코니 배럿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상원 인준 청문회는 다양한 현안에 대한 질의와 답변이 오갈 것이라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1987년 공화당 소속이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지명한 로버트 보크 대법관 지명자의 낙마 이래 계속되고 있는 답변 회피의 전통이 이번 청문회에서도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보수적 법학자인 보크 지명자는 당시 상원 다수당이었던 민주당 의원들의 공격적인 질문에 자세하게 견해를 표명했지만, 이 같은 솔직한 태도가 낙마의 원인이 됐다.
'대법관이 되려는 이유가 지적인 호기심 때문'이란 취지의 보크 지명자 발언이 상원뿐 아니라 대중의 반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NYT는 이후 대법관 지명자들은 보수나 진보적 성향을 막론하고 청문회에선 최대한 답변을 회피하는 전략을 취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소속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지명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은 지명자가 청문회에서 보여야 할 자질에 대해 "힌트나 전망, 미리 보기는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명한 엘리나 케이건 대법관도 법대 교수 시절 "대법관이 되는 가장 확실한 길은 진부한 말과 침묵을 반복하는 것"이라는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NYT는 배럿 지명자도 청문회 준비를 위해 대법관 선배들의 인준 전략을 확실하게 연구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청문회 내내 침착한 모습을 보였고, 법적 현안에 대해선 놀라울 정도로 간결하게 답변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의 질문 공세도 피해갔다는 평가다.
배럿 지명자는 과거 대법원의 낙태 관련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질문에 대해 "어떤 식으로 답하든 향후 소송 당사자들에게 법관이 편향됐다는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또한 배럿 지명자는 이전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전국민건강보험법(ACA)에 대한 대법원의 합헌 판결에 부정적인 인식을 표명했지만, 조만간 대법원이 검토할 ACA 관련 소송과 관련해선 밝힐 입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새로운 소송은 법적인 쟁점이 다르기 때문이란 이유를 댔다.
배럿 지명자가 유일하게 자신의 법적인 견해를 표명한 것은 공립학교에서 인종 분리로 인한 차별을 철폐하도록 한 1954년 '브라운 대 교육위원회' 판결이었다.
배럿 지명자는 이 판결은 앞으로도 대법원이 번복할 수 없는 선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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