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이전 최고 백신은 식량" 노벨평화상에 세계식량계획(종합2보)
"코로나19 와중 기아에 대항"…"식량안전, 평화 가능성 높이는 데 기여"
WFP "영광의 순간 대단한 성취…겸허히 받겠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올해 노벨평화상의 영예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돌아갔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9일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을 202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국제적 연대와 다자간 협력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면서 "세계식량계획은 기아에 대항하고, 분쟁지역에 평화를 위한 조건을 개선하며, 기아를 전쟁과 분쟁의 무기로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에 추진력이 된 공로가 있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위원회는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항하는 노력을 강화하는 인상적인 능력을 보여줬다"면서 "백신이 나오기 전 혼란에 대항한 최고의 백신은 식량"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 기아 피해자의 급격한 증가세를 불러왔다. 예멘이나 콩고, 나이지리아, 남수단, 부르키나파소 등에서는 폭력 분쟁과 팬데믹이 겹치면서 굶어 죽기 직전에 사는 주민의 숫자가 극적으로 증가했다.
세계식량계획은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세계식량위기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말까지 식량 위기를 겪는 사람들의 수가 지난해 1억3천500만명에서 2억6천500만명으로, 두배로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특히 북한 등 49개국은 코로나19 여파가 상대적으로 더 충격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1천220만명의 주민이 만성적인 식량 불안정과 영양 부족 상태에 있다고 언급했다.
세계식량계획은 전세계 기아 퇴치를 위해 1960년에 세워진 유엔 산하 세계 최대 식량 원조기구다. 지난해 극심한 식량 불안과 기아에 시달리는 1억명에게 도움을 줬다.
올해들어 7월까지는 북한 주민 54만여명도 코로나19 상황에서 세계식량계획의 영양·생계지원을 받았다.
기아근절은 2015년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 중 하나로 채택됐다. 세계식량계획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유엔의 핵심 기구다.
최근 기아 상황은 악화로 전환했다. 지난해 1억3천500만명이 극심한 기아에 시달렸다. 최근 수년간 가장 많은 숫자다. 전쟁과 무력분쟁이 증가세를 불러왔다.
노벨위원회는 "식량 안전을 증진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기아 예방 뿐 아니라 안정과 평화를 위한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이라며 "세계식량계획은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아시아에서 개척사업을 하면서 인도주의적인 사업을 평화를 위한 노력과 결합하는 데 앞장섰다"고 강조했다.
노벨위원회는 세계식량계획과 다른 식량 지원기구가 충분한 재정적 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전 세계는 상상할 수 없는 기아를 맞을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베리트 라이스 안데르센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는 국제사회가세계식량계획에 충분한 재원을 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요청"이라면서 "사람들이 굶어 죽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은 모든 국가의 의무"라고 말했다.
WFP 대변인은 수상 소식을 접한 뒤 "영광스러운 순간이다. 후보가 된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수상자로) 호명되다니 대단한 성취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은 트위터 영상을 통해 "믿을 수 없다"면서 "겸허한 마음으로 노벨평화상을 받겠다"고 말했다.
올해 노벨 평화상 후보로는 개인 211명과 기관 107곳 등 318명이 올랐다.
이는 역대 4번째로 많은 후보 수다. 가장 많았던 때는 2016년으로 376명이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메달과 증서, 1천만크로나(약 13억원)의 상금을 받는다.
노벨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개최될 시상식은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규모를 줄여 열리거나 온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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