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달 넘게 집에 갇힌 콜롬비아인들…불안·우울 호소
코로나19 따른 국민 의무격리 장기화…가정폭력도 증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중남미에선 봉쇄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전 국민 의무 격리령이 넉 달을 넘긴 콜롬비아에선 불안과 우울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AP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남미 콜롬비아에 전 국민 자가격리령이 내려진 것은 지난 3월 25일이었다.
3월 6일에 첫 확진자가 나온 콜롬비아는 봉쇄 시작 무렵의 감염자 수가 유럽이나 아시아, 북미 국가들보다 훨씬 적었지만 이들 지역과 비슷한 시기에, 비슷하거나 더 엄격한 봉쇄를 시작했다.
의료체계가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검사나 추적 역량도 제한적인 국가들에선 봉쇄가 최선의 방역이었다.
이후 유럽 등은 4∼5월 코로나19 확산의 정점을 지나 점차 봉쇄를 완화했으나 콜롬비아를 비롯한 중남미에선 여전히 끝을 알 수 없는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어 섣불리 봉쇄를 해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33만5천 명가량인 콜롬비아는 최근 하루 1만 명 안팎의 확진자가 추가되는 등 감염 확산이 더 빨라졌고, 3월에 시작된 자가격리령은 이달 말까지로 늘어났다.
물론 봉쇄 장기화에 따른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코로나19 확산세와 무관하게 봉쇄는 조금씩 느슨해졌다.
격리 예외가 적용되는 활동과 직종도 점차 늘어나 46개가 됐다. 그러나 기본적인 자가격리 원칙은 유지됐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집 밖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길어진 격리는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심리치료사들은 불안과 우울을 호소하는 새 환자들이 급증했다고 AP에 전했다. 수도 보고타에선 격리 이후 자살 시도가 21% 늘었다.
보고타의 정신과 의사 오마르 쿠에야르는 "콜롬비아는 이미 내전과 마약밀매, 폭력 등으로 트라우마가 있는 나라"라며 "어떤 새로운 상황이 나타나면 쉽게 상황이 악화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고 말했다.
보고타 시당국은 격리 이후 정신건강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전화 상담 서비스를 개시했는데 지금까지 걸려온 전화가 2만5천 통에 달한다.
가족들이 집에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정폭력을 신고하는 전화도 격리 이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이혼 상담 역시 증가했다.
아울러 사람들이 실내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기존 질환 악화 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고 AP통신은 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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