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김현석 사장 "글로벌 가전시장 4분기 이후 걱정"

입력 2020-07-15 17:00
수정 2020-07-15 17:11
삼성전자 김현석 사장 "글로벌 가전시장 4분기 이후 걱정"

코로나로 자국 보호주의 강화 등 심화 우려…'리더' 역할론 강조하기도

'비스포크' 등 성과…미래 가전시장 "대리 경험 충족해야" 전망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상반기 글로벌 가전시장은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상황이 좋았다. 문제는 4분기 이후다."

삼성전자[005930]의 TV와 가전사업부문을 총괄하는 김현석 사장(CE부문장)의 설명이다.

김 사장은 15일 삼성디지털플라자 강남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상반기에 코로나 영향으로 우려했던 것과 달리 2분기부터 생각보다 상황이 나아졌다. 하반기는 펜트업(Pent-up·보복소비) 시장의 성장으로 3분기는 양호할 것으로 보지만 4분기 이후는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날 한종희 사장(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이재승 부사장(생활가전사업부장), 강봉구 부사장(한국총괄) 등 관련 임원들과 함께 삼성디지털플라자 강남 본점을 찾아 판매 현황을 살펴봤다.

김 사장은 "세계 경기, 소비자심리, 실업률에 영향받는 게 4분기일 것"이라며 "4분기를 성공적으로 만들기 위한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내년 글로벌 가전시장의 전망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가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4분기 이후에는 2, 3분기에 나타나는 보복 소비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그러면서 "코로나로 인한 변화 가운데 하나가 과거에는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세계화)이 화두였다면 코로나 이후에는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지역화)이 강한 이슈고,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역화 전략으로 인해 국가적으로 자국 산업에 대한 보호무역주의가 강해지고 국가간 무역마찰도 심해져 삼성과 같은 수출 기업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삼성전자는 매출의 90% 이상을 수출하는 회사"라며 "자국 보호주의가 심해지면 자국에 공장에 지으라고 요구할 수도 있고,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를 올릴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일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사장은 코로나로 인한 가전 시장의 변화도 설명했다.

예를 들어 영화관에 가지 못하면서 가정용 TV가 대형화되고, 냉장고 역시 큰 것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65인치 TV가 대세였다면 지금은 75인치가 주력이 됐고 (코로나 락다운으로) 냉장고에도 식품을 가득 쌓아놔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코로나가 라이프스타일의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가사 도우미를 두고 있는 인도나 동남아시아에서 청소기와 식기세척기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코로나가 가져온 새로운 변화의 트렌드다.

김 사장은 미래의 가전시장은 '대리 경험'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것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했다.

김 사장은 "여행을 가고, 야구 관람을 하고 영화를 보던 과거의 경험들은 그대로 있는데 코로나로 많은 것이 어렵게 됐다"며 "가전이 이러한 대리 경험을 하도록 해주는 방법을 찾는 게 우리의 숙제"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의 기술발전도 급속도로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 사장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초연결성·AI(인공지능)·로봇 기술 등의 현실화가 빨라질 수 있다"며 "우리가 경험 못 한 세계가 빨리 닥칠 수 있고, 그게 우리가 처해 있는 가장 큰 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리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사장은 "빅 트렌드를 보는 눈이나 막대한 투자, 사업에 대한 역량을 분산하고 집중하는 문제는 결국 리더가 있어야 가능한 것들"이라며 "불확실성이 크고 어려운 상황에서 오너의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현재 기소 여부를 놓고 기로에 서 있는 상황에서 오너의 역할론을 강조한 것이다.

김 사장은 버튼 개수와 크기를 최소화한 '스마트 리모콘'의 탄생 비화를 공개했다.

2012년 '영화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위해 특별 제작한 버튼 10개 미만의 리모콘을 이재용 부회장이 아무 말도 없이 김현석 사장의 책상 위에 던져놓고 갔다는 것이다.

당시 숫자·문자 등 70∼80개의 버튼이 일반화되던 시기에 리모콘을 단순화하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던 셈이다.

결국 삼성은 수차례 실패를 거듭한 뒤 4년 만인 2016년 TV뿐만 아니라 다른 가전, 심지어 타사 제품까지 연동되는 스마트 리모콘을 내놓는데 성공했다.

김 사장은 "전문경영인들은 자기 앞에 놓인 과제들만 보지만 리더는 큰 트렌드를 읽고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이 지난해 6월 선보인 소비자 중심의 새로운 가전 사업 방향인 '프로젝트 프리즘(ProjectPRISM)'의 성과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프로젝트 프리즘' 방향을 공개하고 첫번째 결과물로 맞춤형 가전 시대를 연 '비스포크(BESPOKE)' 냉장고를 처음 선보인데 이어 올해 7월에는 비스포크 개념을 외부에서 내부까지 확장한 럭셔리 냉장고 '뉴 셰프컬렉션'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가전을 나답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신혼부부 등 젊은층 잡기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냉장고 출시 이후 실제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고 자평했다.

포화 상태인 국내 냉장고 시장에서 매출 증대 효과를 거둬 상반기 누계로 국내 시장에서 작년 동기 대비 약 30%의 성장세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또 세탁기와 건조기 역시 그랑데 AI 출시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각각 35%, 60% 수준 매출 성장을 이뤘다.

김 사장은 "비스포크 런칭은 과거 공급자 중심의 가전에서 소비자 중심의 가전으로 바뀌는 변화를 가져왔다"며 "회사 내부적으로 각기 다른 시장이던 TV와 가전 두 사업부가 협업해 기술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도 의미있는 변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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