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선원납치 90%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한국인 잇단 피랍
기니만 지나는 어선·유조선·화물선이 해적들 주요 표적
작년 납치 급증…연안국 정세불안·느슨한 국제공조 탓
동아프리카 EU 해적퇴치 작전 탓 '풍선효과' 발생했을 수도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한국인 선원들이 최근 두 달 연속으로 납치당한 서부 아프리카 해역은 빈번한 해적 사고로 악명 높은 지역이다.
24일(현지시간) 오후 베냉 앞바다에서 참치 조업을 하던 선박이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아 한국 국적 선원 5명과 가나 국적 선원 1명이 잡혀갔다.
지난달 3일에도 가봉 인근 해역에서 새우잡이 조업 중 한국인 1명 등 선원 6명이 납치됐다가 37일 만에 석방됐다.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2019년도 전 세계 해적사고 발생 동향을 보면 지난해 선원납치피해는 서아프리카 일대에 집중됐다.
지난해 전 세계 해상에서 납치당한 피해자는 134명으로 이 중 121명(90.3%)이 서아프리카 일대에서 잡혀갔다.
국가별로는 나이지리아 해상에서 발생한 피해자가 48명으로 가장 많았고, 베냉 35명, 카메룬 31명 등이 그 뒤를 따랐다.
전 세계 선원 납치 피해는 2015년 19명, 2016년 62명, 2017년 75명, 2018년 83명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였다가 지난해 급증했다.
가봉, 적도기니, 카메룬, 나이지리아, 베냉, 토고, 가나, 코트디부아르, 라이베리아 등을 끼고 있는 기니만은 해적들이 활개 치는 주요 무대다.
현지 언론들은 올해 상반기 기니만 일대에서 발생한 피랍이 7건이라고 보도했는데, 이는 지난해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발생한 피랍(4건)을 이미 넘어선 것이다.
석방금을 노리는 해적들이 기니만을 주시하는 이유는 이곳이 참치, 새우 등을 잡기 위해 전 세계 원양어선이 모이는 주요 어장이기 때문이다.
원유와 가스를 실은 유조선, 선박을 실은 화물선과 같이 대형 선박들도 기니만을 통과한다.
과거에는 대형 선박을 겨냥한 공격이 많았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선박 운항 횟수가 줄자 어선으로 공격 대상이 바뀌는 모양새다.
유럽연합(EU)이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인근에서 대대적인 해적 퇴치 작전을 벌이고 있다 보니, 해적들이 활동무대를 동부에서 서부로 옮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서아프리카 일대 해역에서 총 67번의 해적 공격이 있었지만, 동아프리카 인근 해역에서는 4건밖에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소말리아 인근 아덴만 해역에서는 단 1건의 해적 공격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기니만을 끼고 있는 연안국 정세가 불안하고 해상 보안이 취약한 점도 서아프리카 일대 해역에 해적 활동을 부추기는 것으로 보인다.
중·서부 아프리카 국가들을 중심으로 해상안전 지원센터를 설치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으며, 일대 해적 공격을 막기 위한 국제 공조도 느슨한 편이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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