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쉴 수 없다" 구호로 조롱하고 무릎으로 목 누른 홍콩경찰

입력 2020-06-14 14:40
수정 2020-06-14 15:14
"숨 쉴 수 없다" 구호로 조롱하고 무릎으로 목 누른 홍콩경찰

외신기자 앞 플로이드 시위 구호 조롱에 '견책' 징계

홍콩보안법 반대 총파업·동맹휴학 투표, 20일로 연기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 경찰이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미국 내 시위에 쓰이는 구호로 외신기자와 시위대를 조롱했다가 징계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몽콕 지역에서는 지난 12일 시민 수백 명이 모여 지난해 6월 12일 입법회 포위 시위 1주년을 기념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그런데 현장에 출동한 시위진압 경찰 중 한 명이 "숨을 쉴 수 없다"(I can't breath),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미국은 없다"(There is no America)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 구호는 지난달 25일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폭력으로 숨진 후 미국 전역에서 들불처럼 번진 인종 차별 항의 시위에서 쓰였다.

문제는 이 경찰이 현장을 취재하던 외신기자와 시위대를 향해 조롱하듯이 반복해서 이들 구호를 외쳤다는 점이다.

홍콩기자협회는 성명을 내고 "경찰은 시위 진압 경찰의 부적절한 행위에 해명하고, 일선 경찰의 통제력 상실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홍콩 경찰은 문제를 일으킨 시위 진압 경찰을 견책했다면서 일선 경찰의 규율 문제를 항상 엄중하게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에는 플로이드를 죽음에 이르게 한 미국 경찰의 폭력을 연상하게 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미국 경찰은 수갑이 채워진 채 엎드려 있는 플로이드의 목을 9분 가까이 무릎으로 찍어 눌렀으며, "숨을 쉴 수 없어요"라며 고통을 호소하던 플로이드는 병원으로 이송된 후 결국 사망했다.

지난 12일 홍콩 경찰은 코즈웨이베이 지역에서 동맹휴학 선전 부스를 설치하고 있던 학생 3명을 체포했는데, 이 과정에서 땅바닥에 쓰러진 16세 여학생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제압했다.

이 여학생은 어지럼증 등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고, 얼굴에는 찰과상을 입었다.

이에 홍콩 재야단체 등은 "홍콩 학생의 목숨도 소중하다"며 경찰을 비판했지만, 홍콩 경찰은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해당 경찰의 행동을 옹호했다.

한편 홍콩 노동계와 학생단체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반대를 위한 총파업과 동맹휴학 실시 여부를 묻는 투표를 당초 14일 하기로 했으나, 날씨 문제 등으로 이를 20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판공실은 홍콩의 민주화 운동가인 조슈아 웡(黃之鋒) 등이 고등학생들을 반정부 투쟁에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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