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관에 잠든 '빅 플로이드'…엄숙·숙연함에서 격정·성토로
미니애폴리스에서 첫 추모식…유족·인권운동가·정치인 등 500명 참석
플로이드 숨진 거리에 형형색색 꽃다발…시민들 "단결하고 연대하자"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인종차별의 전염병이 플로이드를 죽였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는 4일(현지시간) 오후 1시 백인 경찰의 폭력에 희생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영면을 기원하는 첫 추모식이 열렸다.
플로이드가 지난달 25일 미니애폴리스 길거리에서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을 짓눌려 숨진 지 열흘 만이다.
AP통신과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시민단체 '내셔널액션네트워크' 주관으로 노스센트럴대학교(NCU)에서 열린 추도식에는 유족들과 시민, 정치인, 인권운동가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흑인 민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 고(故)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장남인 마틴 루서 킹 3세, 미네소타주가 지역구인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티나 스미스 상원의원, 일한 오마르 하원의원 등이 같이했다.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제이컵 프라이 미니애폴리스 시장, 멜빈 카터 세인트폴 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도 빠짐없이 나왔고, 흑인 배우 케빈 하트와 티파니 해디시 등 연예계 인사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추모객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마스크를 쓴 채 고개를 숙이거나 팔꿈치를 부딪치며 조용히 인사를 나눴다.
플로이드 시신이 안장된 반짝이는 금빛 관 주변에는 하얀색 꽃들이 놓였고, 추모객들은 관을 어루만지며 플로이드의 넋을 기렸다.
프라이 미니애폴리스 시장은 관 위에 한 손을 얹고, 몇 분 동안 한쪽 무릎을 꿇고 웅그린 채 흐느꼈다.
추모식장 무대 연단 뒤 스크린에는 "이제 숨을 쉴 수 있다"는 문구를 담은 플로이드의 벽화 그림이 투사됐다.
연단에 오른 유족들은 "플로이드가 어디에서든 불의에 맞섰던 강인한 남자였다"고 회고했다.
이웃들은 2m가 넘는 거구의 플로이드를 '빅(big) 플로이드'라는 애칭으로 불렀고, 친절한 그의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고 전했다.
플로이드의 동생 필로니스는 "마약 복용자, 흡연자, 노숙자들까지 형에게 말을 걸었다. 형은 그들을 대통령처럼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엄숙하고 숙연하던 추모식장 분위기는 격정적인 조사가 이어지며 이내 인종 차별과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성토장으로 변했다.
추도식을 주관한 흑인 민권운동가 앨 샤프턴 목사는 "이제 우리(흑인)는 조지 플로이드의 이름으로 일어나 (백인들을 향해) '우리의 목에서 너희들의 무릎을 떼라'라고 말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샤프턴 목사는 "당신들이 책임을 지지 않는 시간은 끝났다. 변명과 빈말, 지키지 못할 약속도 끝이 났다"며 플로이드를 위한 정의 실현을 촉구했다.
유족 측 변호인 벤저민 크럼프는 "플로이드를 죽인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아니라 인종 차별의 전염병"이라며 "고장 난 미국의 형사 사법제도에 그는 희생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도식 참석자들은 8분 46초 동안 침묵하며 그를 애도했다. 플로이드가 9분 가까이 경찰 무릎에 목을 짓눌려 숨진 것에 항의하는 의미에서였다.
이날 추모식은 TV 방송과 온라인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추모식장 바깥에도 수백명의 사람이 모여들었다. 한 시민은 "코로나19 상황이 있지만 우리는 단결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로이드가 숨진 미니애폴리스 거리에도 그를 추모하는 형형색색의 꽃이 가득 놓였고, 길바닥에는 경찰 폭력에 희생된 흑인들의 이름이 새겨졌다.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날 시작한 추도식은 ▲6일 노스캐롤라이나주 래퍼드 추모식 ▲8일 텍사스주 휴스턴 추도식 ▲9일 휴스턴 비공개 장례식으로 이어진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래퍼드는 플로이드가 태어난 곳이고, 텍사스주 휴스턴은 플로이드가 생애의 대부분을 보낸 고향이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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