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술탄' 에르도안, 코로나 탓 경제위기 시험대로
고용·물가 추가악화…NYT "집권 18년래 최대위기"
유동성 위기에 미국 도움받으려 "우린 신뢰할 동맹" 돌변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위기라는 최대의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간) 전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2017년 개헌으로 2033년까지 장기 집권의 길을 연 데 이어 다음 해 대선과 총선에서 모두 승리하며 '21세기 술탄'으로 불리고 있다.
NYT는 그간 경제를 취약하게 내버려 둔 에르도안 대통령의 관리 방식이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차 없이 드러났다며 그가 자신의 집권 사상 가장 큰 도전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르면 터키에서는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이미 높은 상태의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이 악화했고 야당은 결속의 기회를 잡고 있다.
에르도안 총리는 그간 거대 기반시설 프로젝트에 상당한 투자를 하며 경제성장을 추동해왔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이것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는 것이다.
2003년부터 총리로 재임하다가 2014년 터키 역사상 첫 직선제 대선에서 승리한 그에게 이번이 가장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미국의 초당적 정책연구소 '독일마셜기금'(GMF)의 터키 담당 국장인 오즈구르 운루히사르시클리는 "그의 정치 경력관리에서 최대의 위기"라며 "그도 경기침체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점을 알 것"이라고 신문에 말했다.
관광산업이 중요한 터키에선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관련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현금 또한 부족한 실정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의 일환으로 부분적인 봉쇄 조처를 하면서 식당과 술집, 소규모 가게들은 문을 닫았지만 방직공장, 건설 현장은 계속 운영을 했다.
이 같은 접근방식으로 그는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60%의 지지율을 얻었지만, 인명보다 경제를 우선했다는 비난도 받았다.
그 결과 노동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에선 코로나19가 확산하고 건설 현장에선 코로나19에 취약하게 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에르도안 총리는 지난 5일 쇼핑몰 영업의 부분 재개를 포함해 코로나19 관련 규제 완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제 우리는 중요한 전환기에 도달했다"고 의미를 뒀다.
하지만, 터키의 노동조합 중 하나인 '건설노동자들의 진보조합' 의장인 오즈구르 카라블루트는 "우리 조합은 건설 현장의 폐쇄와 노동자들의 유급 휴가를 요구했지만, 그들(정부)은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카라블루트는 "일상이 천천히 이전으로 회복하고 있다고 정부가 언론에 말하고 있지만 우리는 현장에서 반대의 모습을 보고 있다"며 "우리 회원들은 감염이 계속 확산하고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터키진보노조연맹(DISK)은 지난주 공개한 보고서에서 자체 회원들이 일반인들보다 3배 이상 감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감염 문제는 건설 현장뿐 아니라 조선소, 일반 공장, 방직공장에서도 마찬가지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뿐 아니라 터키 정부가 발표한 경제 대책에는 임시직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으며 현금 지원 역시 소액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터키의 가용 현금 보유량은 350억 달러에 불과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에 도움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지난 3월 말 주요 20개국(G20)의 관련 화상회의에선 통화 스와프 합의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터키는 러시아로부터 구매한 S-400 방공미사일 시스템 활성화를 연기했다.
이는 터키와 미국 간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계기로 작동할 수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터키를 "신뢰할 수 있는 강력한 동맹국"이라 적은 편지와 함께 미국에 기부 의료물품을 보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실시간 집계 사이트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인구 8천300만명인 터키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13만1천여명, 사망자는 3천500여명으로 나타났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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