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냉골인데 시장선 코로나 탈출 김칫국…정부 대응 시험대

입력 2020-04-19 06:03
실물 냉골인데 시장선 코로나 탈출 김칫국…정부 대응 시험대

금융시장 청신호에 해석 분분…추가 지원방안에도 일부 이견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성서호 정수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실물 경제에서 극한의 위기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금융시장이 극적인 반등을 기록, 경제주체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금융시장이 코로나19 사태의 변곡점을 선반영하는 것인지, 그동안 패닉 상황을 벗어나는 과정에서 잠시 오버슈팅 국면을 연출하는 것인지 판단이 어려워서다.

이런 논란에 대해선 정부도 자유롭지 않다. '100조원+알파'로 요약되는 1차 대책 이후 2차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재원 투입 시기 등을 두고 내부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당장 2차 재원을 투입해 시장심리를 더 안정시키느냐, 추가적인 위기 상황에 대비해 카드를 남겨둬야 하느냐 선택의 문제다.

◇ 코스피 1,900선 회복·환율은 1,200원선 하향 안정화

지난주 마지막 날인 17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57.46포인트(3.09%) 오른 1,914.53으로 거래를 마쳤다.

3월 19일 기록한 장중 저점 1,439.43과 비교하면 475포인트 반등했다. 1월 20일 기록한 장중 전고점 2,277.23포인트를 기준점으로 본다면 낙폭의 60% 가까이 만회한 것이다.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3천226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이 화제가 됐다. 지난달 5일부터 이달 16일까지 30거래일 연속 순매도 이후 첫 귀환이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도 1,200원대 초반에서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는 분위기다. 600억달러 상당의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됐던 지난달 19일 장중 1,296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1,200~1,240원 사이에서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다.



◇ 코로나 사태 변곡점 오나…고개드는 희망

전문가들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하루 30명 이하 수준으로 완연한 감소 추세를 이어가는 것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항공여객이나 지하철 이용객 수 증가, 봄 세일 개시에 따른 주요 백화점 매출 증가 등 미묘한 변화의 신호도 감지되고 있다.

물론 이는 경제위기급 상황에서 매우 미시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3월 중 일시휴직자는 160만7천명으로 1년 전보다 126만명(363.4%) 늘어 증가 폭과 규모 모두 1983년 7월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달 신용카드 국내승인액도 1년 전보다 4.3% 줄어 2년 5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할 만큼 소비 심리도 나쁘다.

한국의 수출시장인 미국과 유럽 주요국에서 코로나19가 정점을 통과하는 기미를 보이는 것은 좋은 신호다. 특히 주요 선진국들이 단계적인 봉쇄 완화를 논하기 시작한 부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작업이 속도를 내는 부분 등이 시장 심리 호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런 미묘한 기류 변화를 두고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정부 내에서도 견해차가 있다.

코로나 사태가 촉발한 경제위기가 'V'자는 아니더라도 'U'자 회복곡선을 만드는지, 혹은 'L'자형 그림을 그리는지에 대한 문제다.

시장심리로 보자면 적어도 더 깊은 바닥을 만들 가능성은 점차 낮아지는 분위기다.

이번 변화는 회사채 시장에서 기업의 자금 조달 가능 여부와 비용을 결정한다. 쉽게 말해 기업의 비용은 좀 더 들더라도 위기 상황을 넘길 자금을 자력으로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기간산업 당장 지원" VS "상황 보면서 대응"

가장 희망적인 분석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회복을 시장이 선반영했다는 것이다. 특히 먼저 코로나19 사태를 진정시킨 한국 경제가 다른 나라를 앞서 나갈 것이란 희망 섞인 가정이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100조원+알파'로 구성된 정부의 긴급 대응 패키지 이후 즉시 2차 긴급 대응에 나서야 하는 것인지 타이밍의 문제로 귀결된다. 끝 모를 급락 상황이 진정되는 상황이라면 일단 재정을 아끼면서 진행 상황을 좀 더 본 후 대응방안을 내는 것이 좋겠다는 신중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항공, 정유, 자동차 부품 등 기간산업에 대한 지원 문제는 이런 점에서 정부 내부에서 서로 다른 의견이 있다. 당장 지원 방안을 내야 할 만큼 급박한지, 상황을 좀 더 지켜볼 여력이 있는지에 대한 판단의 문제다.

금융과 산업당국은 선제적인 기간산업 지원 방안이 당장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장을 직접 대하는 부처인 만큼 시장 심리를 선제적으로 제압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곳간지기인 재정당국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다.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연합(EU), 일본과는 다른 비기축통화국으로서 쓸 수 있는 카드가 한정적인 만큼 상황이 추가 악화됐을 때 쓸 카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간산업 지원 도구에 대한 입장차도 있다. 재정당국은 기간산업 지원 역시 '100조원+알파' 패키지로 일단 소화한 후 필요하다면 다음 지원 방안을 모색하자는 입장인 데 비해, 금융당국은 '100조원+알파' 패키지는 기본적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상의 자금인 만큼 기간산업 지원은 별도의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번주 문재인 대통령 주재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 "자영업 폐업 막으면서 기간산업 지원 나서야"

연 1.5% 소상공인 긴급대출 자금의 소진 문제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현재 속도라면 이달 말께 자금이 소진되는 만큼 2차 긴급대출 상품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시기와 방식의 차이만 있을 뿐 기간산업이나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신성환 홍익대 교수(금융학회장)는 "한국이 선진국보다 코로나19 충격을 덜 받는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기간산업은 상황이 다르다"면서 "기간 산업이 이런 천재지변에 의해서 붕괴하지 않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자영업 폐업 상황을 막는 한편 2분기부터 타격이 예상되는 수출 분야에 대한 지원으로 관심 분야를 옮겨가야 한다"고 말했다.

spee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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