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유흥가서 코로나19 퍼지는데 입 다문 확진자들…'사생활'
"복수의 확진자, 긴자·롯폰기 고급클럽 이용"…경로 미확인 수두룩
"상대에 폐 끼친다"며 동석자·주점 이름 안 밝혀 역학조사 난항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최근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감염 경로가 파악되지 않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술자리에 참석하는 등 야간에 유흥가를 방문했다가 감염된 이들이 행적을 밝히지 않아 당국이 역학 조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일본 공영방송 NHK의 보도에 의하면 전날 도쿄(東京)에서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68명이 나오는 등 이달 들어 감염이 확인된 이들이 400명에 육박했지만, 이 가운데 약 40%의 감염 경로가 미확인 상태로 남아있다.
도쿄도(東京都)는 일본 정부와 함께 역학 조사를 하고 있으나 이들이 어디서 감염됐는지 완전히 규명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도쿄도 관계자는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이들 중에 야간에 번화가의 음식점을 방문했다가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이들이 여러 명 있다고 전했다.
이들 음식점 중에는 밀폐된 공간에 종업원과 손님이 밀집하는 등의 조건이 갖춰진 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보건 당국은 환기가 잘 안 되는 밀폐된 공간, 다수가 밀집한 장소,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하는 등 밀접한 교류 이른바 '3밀'(密)을 충족하면 대규모 감염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며 이를 피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술자리 등을 통한 감염 확산을 심각하게 여기는 알려졌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최근 전문가로 구성된 후생노동성의 '클러스터(집단감염) 대책반'이 도쿄에서 야간에 영업하는 음식점 등을 통해 감염이 확산하고 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복수의 확진자가 긴자(銀座)나 롯폰기(六本木)의 고급 클럽 등을 이용한 것으로 판명됐다고 관계자가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일본 정부 전문가 회의에 참여하는 오시타니 히토시(押谷仁) 도호쿠(東北)대 교수는 "사람이 밀집하지 않아도 1명의 종업원이 근거리에서 다수의 손님을 차례로 접객하는 장소는 집단 감염이 발생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번화가 술집 등을 통한 코로나19 감염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역학 조사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건소가 확진자의 행적 조사를 하고 있지만, 당사자가 사생활 등을 이유로 충분하게 답변하지 않아 구체적인 행동이나 지인과의 접촉 정도 등이 완전히 파악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산케이(産經)신문은 30일 보도했다.
확진자에 대한 행적 파악은 임의의 조사라 강제력이 없으며 특히 야간 번화가와 관련된 조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야간에 번화가 음식점 등에서 식사 등을 한 감염자는 "상대에게 폐가 될 수 있다"며 가게 이름이나 동석자에 관해 입을 잘 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감염 의심되는 장소가 파악되더라도 음식점 측이 '증상이 있는 사람은 없다', '손님들에게 폐가 되니 오지 않으면 좋겠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협조하지 않는 사례가 다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에는 '타인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일종의 규범 같은 문화가 있다.
역학 조사에 잘 협조하지 않는 이들은 지인이 보건 당국의 연락을 받는 등 번거로운 일을 겪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같이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지인에게 작은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사회 전체에 큰 폐를 끼치는 선택인 셈이다.
도쿄도의 한 간부는 "이런저런 수단을 써서 몇번이고 설득하지만, 감염자도 가게도 소극적인 예가 눈에 띈다. 부탁을 기반으로 한 조사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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