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이란발 코로나19' 차단 주력…시아파 지역 봉쇄(종합)

입력 2020-03-08 22:43
사우디, '이란발 코로나19' 차단 주력…시아파 지역 봉쇄(종합)

이란 다녀온 '몰래 성지순례자' 추적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자국 내 확산을 막기 위해 이란과 연관성 추적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환자가 대부분 이란을 여행한 이력이 확인됐거나 이들과 접촉한 가족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8일(현지시간) 오후 현재 사우디와 바레인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는 각각 11명, 85명이다.

사우디와 바레인은 모두 이란과 단교해 일반인이 직접 왕래할 수 있는 길은 닫혔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는 쿠웨이트나 아랍에미리트(UAE) 등 이란행 항공편이 있는 나라를 거쳐 이란에 입국할 수 있었다.

이들 이란 여행객 대부분은 이란 내 이슬람 시아파 성지를 방문하려는 시아파 성지순례객이다. 시아파 중심국 이란은 종교적 명분으로 단교한 사우디, 바레인 국민의 입국을 금지하지는 않는다.

경유지를 거쳐 여행 금지국인 이란으로 성지순례를 다녀온 사우디와 바레인의 시아파 무슬림은 처벌을 피하려고 자국 당국에 이란 여행 사실을 숨긴다.

사우디는 5일 "이란이 사우디 국적자의 입출국을 허용한 탓에 사우디 내에 코로나19가 유입됐다"라며 "2월 1일부터 이란에 입국한 적 있는 사우디 국적자의 명단을 제출해 달라"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사우디 국적자의 여권에 이란 방문 기록이 남지 않도록 출입국 도장을 찍지 않는다"라며 "전염병이 확산하는 이 시국에 이는 매우 무책임한 행태다"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우디인은 이란 방문 사실을 숨겼다가 나중에 이를 실토했다.

사우디 당국은 7일까지 자진 신고를 받은 결과 128명이 이란을 '몰래' 입국한 적 있다고 '자수'했다. 이 가운데 26명은 사우디로 귀국했지만 95명은 아직 이란에 있고 7명은 인근 국가에 체류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8일에는 시아파 무슬림이 주로 사는 동부 카티프 지역을 봉쇄했다.

사우디 내무부는 "카티프 주민의 귀가 외엔 이 지역의 출입을 일시 금지한다"라며 "치안, 약국, 의료시설, 주유소, 식품점 등 기본 부문을 제외하고 관공서와 민간 시설은 문을 닫는다"라고 발표했다.

사우디 무슬림 가운데 시아파는 25% 정도다. 사우디 보안 당국은 카티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시아파 세력이 이란과 접촉한다고 의심하고 테러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종종 소탕작전을 벌인다.

바레인 역시 자국민뿐 아니라 사우디인이 이란을 가기 위해 거치는 경유지인 터라 이란 여행자를 추적하는 게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핵심으로 본다.

바레인 보건부는 2월에 이란을 다녀온 적 있는 자국민 명단을 최대한 확보하고 이들을 전수 검사했다. 또 이들 이란 여행자가 자진 신고하면 검사 일정을 최우선으로 배정하고 있다.

이란 외무부에 따르면 현재 이란에 체류 중인 바레인 성지순례객은 1천300여명이다. 이란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바레인으로 귀국하려면 타야 하는 UAE 또는 쿠웨이트, 오만행 출국 항공편이 일시 중단돼 이란에 발이 묶인 상황이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