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한인촌 르포] '마스크 착용' 한글 안내…특별관리 강화
한국인 거주 상황 시시콜콜 조사…중국인 주민들 '우려 시선'
지방 정부·아파트 자치위원회, 한국인 등 외국인 관리 강화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외출할 때 마스크 착용해 주세요'
최근 중국 당국의 한국과 일본발 항공기 승객들에 대한 검역과 격리 조치가 강화하면서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 한인촌에 거주하는 한국인에 대한 관리도 점점 엄격해지고 있다.
중국 베이징(北京) 한인촌의 한 아파트에는 27일 '마스그(크)를 착용하십시오', '외출할 때 마스크 착용' 등 한국어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와 안내문이 곳곳에 나붙었다.
이전까지는 중국어로 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안내문이 배포됐지만, 외국인에 대한 관리가 엄격해지면서 영어와 한국어 등 외국어 표기가 안내문에 병기됐다.
한인촌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이 아파트에는 한국어로 된 플래카드가 이틀 전부터 어디서나 볼 수 있게 여기저기 걸렸다.
아파트 자치위원회도 한국인 거주자에 대한 점검을 다시 시작했다.
이달 초 전 가구를 대상으로 거주 실태 조사가 진행됐지만, 중국 당국의 외부인 출입에 관한 조치가 강화하면서 추가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모든 가구에 엑셀 파일로 된 문서를 배포해 국적과 여권 번호, 연락처, 방문목적, 입국 시 이용 교통수단, 경상북도 혹은 대구 방문 여부 등을 조사하기도 했다.
한 교민은 "중국에 들어온 지 14일이 넘었는데도 다시 이런 조사를 하는 것이 이해되진 않지만, 한국 상황이 심각해졌기 때문에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한다"면서 "베이징에서도 다시 환자가 나오고 있다고 하니 최대한 아파트 자치위원회의 요구사항에 협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파트 자체적인 조치뿐 아니라 베이징시 당국도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왕징(望京)이 속한 차오양(朝陽)구 외국인 관리국은 직접 한국인 등을 대상으로 전화를 걸어 현황 파악에 나섰다.
차오양구 담당자들은 관할 구역 내 외국인을 대상으로 체온 등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한국 출국 여부, 동반 가족 수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한인촌 아파트 중국 주민들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부드러웠던 눈빛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기자가 거주하는 아파트에서도 이날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거주민에게 주의 사항이 전달됐다.
아파트 주민으로 구성된 주민 자치위원회는 자체적으로 관련 안내 사항을 전달했고, 한국인 거주자들에게는 부동산 중개업체를 통해 현황이 안내됐다.
중국 부동산 중개업체 관계자는 "오늘(27일) 우리 아파트 주민 1명이 구급차에 실려 갔다"면서 "외출할 때 주민자치위원회 지시 사항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집주인들로 구성된 아파트 자치위원회에서 한국인을 포함한 해외 입국객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마스크 착용과 가족 복귀 시 자치위원회 신고 등 관련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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