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선상격리 초기에 '크루즈선 방역관리 잘 돼' 오판
NHK "일본 정부의 '승객 조기하선 제안'에 미국이 불응"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선상격리 상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자가 쏟아진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승객 중 일본인 다음으로 많았던 미국인의 조기 하선 제안을 일본 정부가 미국 정부에 제안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배 안에 있는 것이 감염 확산을 막을 것이라고 판단해 조기 하선을 추진하지 않았다.
지난달 20일 요코하마(橫浜)항을 떠나 같은 달 25일 홍콩에 기항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내린 80대 홍콩인의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된 것은 지난 1일이었다.
일본 정부는 이에 따라 지난 3일 요코하마항으로 돌아온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승선자들을 내리지 못하게 하고 격리 검역에 착수했다.
일본 정부는 이때 미국 정부에는 미국인 승객의 조기 하선을 타진했다.
미국 정부는 그러나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의 의견을 토대로 요코타(橫田) 미군기지 등을 거쳐 이송할 경우 감염확산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제안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초기에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방역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자국민이 그대로 선내에 대기할 수 있게 해달라고 일본 측에 요청했다고 NHK는 전했다.
일본 미쓰비시(三菱)중공업 나가사키(長崎)조선소에서 2004년 건조된 11만5천865t급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는 영국 선적이지만 운영사는 미국의 카니발 코퍼레이션이고, 실질적 운항은 일본 법인인 카니발 재팬이 맡고 있다.
미국 정부는 그러나 지난 15일 진행된 양국 간 실무협의에서 갑자기 입장을 바꾸어 잠복기를 고려한 격리기한으로 일본 정부가 설정한 지난 19일까지 기다리지 않은 채 전세기를 보내 자국민을 데려가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조기 하선을 희망한 미국인 330여명은 요코하마항에 들어온 지 14일 만인 지난 17일 전세기 편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이때 미국 측은 일본 정부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자국민 대피를 뒤늦게나마 결정한 이유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일 양국 간 실무협의가 진행된 지난 15일은 79명의 감염자가 추가로 발생해 전체 감염자가 285명으로 늘어나는 등 선내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시점이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가 일어나는 유람선에 자국민을 방치한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조기 이송을 다시 추진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10명의 집단 감염이 처음 확인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는 일본 당국이 격리 기한으로 지정한 지난 19일까지 총 621명의 감염자가 쏟아져 나왔다.
또 그 후로도 일본 국내뿐만 아니라 자국으로 돌아간 승선자 중에서 추가 감염자가 속속 확인돼 일본 당국의 무리한 선상격리 조치가 감염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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