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여성 시신 공개에 분노한 멕시코…SNS엔 꽃·풍경사진 물결
잔혹한 시신 사진 대신에 '아름다운 사진' 올리기 캠페인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지난 8일(현지시간) 25세 여성 잉그리드 에스카미야가 칼에 찔려 살해됐다.
에스카미야와 함께 살던 40대 남성이 용의자로 체포됐다.
멕시코에서 하루에 10건꼴로 발생하는 여성살해 사건 중 하나였다.
만연한 여성폭력과 당국의 무관심에 목소리를 높여온 이들은 또다시 무고한 여성이 희생되자 분노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멕시코 내에서 공분을 자아낸 이유는 또 있었다.
용의자가 범행을 숨기기 위해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했고, 처참하게 훼손된 에스카미야의 시신 사진이 일부 언론들을 통해 공개된 것이다.
선정적인 사진을 내세우는 멕시코 대중지 파살라는 이튿날 1면에 에스카미야의 시신 사진을 싣고 "큐피드의 잘못이었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에스카미야를 두 번 죽이는 사진 공개, 게다가 사건을 단순한 치정극으로 치부하는 제목에 여론은 들끓었다.
당국까지 나서서 해당 언론을 비난하며 사진을 퍼뜨리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인터넷에서도 사진이 공유되기 시작했다.
성난 네티즌들은 '아름다운 사진'으로 맞섰다.
잉그리드 에스카미야를 검색하면 잔혹한 시신 사진 대신 꽃과 풍경, 나비, 고양이 등과 같은 사진이 전면에 등장하도록 한 것이다.
소셜미디어에는 에스카미야의 이름을 해시태그로 걸고 추모의 메시지와 함께 아름다운 사진을 올린 게시물이 수천 건씩 올라오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해지는 풍경 사진과 함께 "누군가가 당신의 시신 사진을 검색할 때마다 무언가 아름다운 것을 발견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꽃을 배경으로 에스카미야의 초상화를 그린 한 트위터 이용자는 "우리는 그녀를 이렇게 기억해야 한다"며 "우리 안의 분노로 우리는 꽃을 키우겠다"고 적었다.
멕시코 검찰은 살해 용의자에게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겠다고 밝히면서, 아울러 시신 사진이 언론에 유출된 경위를 알아보기 위해 출동 경찰과 감식반 등 관련자들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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