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신종코로나 '직격탄'…현대차도 국내 생산중단 초읽기(종합)

입력 2020-02-03 16:40
수정 2020-02-03 18:19
車업계 신종코로나 '직격탄'…현대차도 국내 생산중단 초읽기(종합)

쌍용차 4∼12일 공장 닫아…현대기아차 내일부터 일부차종 가능성

한국GM·현대 팰리세이드 라인 등 주말 특근 취소하며 '속도조절'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김동규 기자 = 국내 자동차 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셧다운' 사태를 맞게 됐다.

중국산 부품 재고 소진에 따라 쌍용차에 이어 현대기아차도 당장 내일부터 일부 차종 생산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국 정부가 신종코로나 확산을 막으려 공장 휴업을 연장하는 추세여서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국내 자동차 업계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우려가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공장에서 배선 뭉치로 불리는 '와이어링 하니스' 재고가 바닥나고 있다.



와이어링 하니스(wiring harness)는 자동차 조립 초기 공정에 설치하는 부품으로, 차량 바닥에 모세혈관처럼 와이어링 하니스를 깔고 그 위에 다른 부품을 얹어 조립하는 구조다.

자동차 업체들은 대개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사용하며, 국내 공장에서는 재고를 통상 1주일치 정도 확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모델·트림(등급)에 따라 배선 구조가 제각각이어서 호환이 불가능하고, 종류가 많아 관리가 어려워서다.

쌍용차는 4∼12일 1주일간 평택공장 문을 닫는다.

레오니와이어링시스템코리아의 중국 옌타이(烟台) 공장이 9일까지 가동 중단을 연장함에 따라 와이어링 하니스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 탓이다.



중국 정부가 신종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춘제(春節·설) 연휴를 이달 2일까지로 늘린 데 이어 각 지방정부가 기업 연휴를 9일까지로 더 연장하면서 벌어진 사태다.

현대차도 당장 4일부터 일부 차종 생산 중단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팰리세이드, GV80, 그랜저 등 인기 차종이 먼저 대상이 될 확률이 높으며, 이번주 말께면 대부분 차종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기아차에 와이어링 하니스를 납품하는 유라코퍼레이션, 경신, 티에이치엔[019180](THN) 등 1차 협력업체의 중국 공장이 생산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하언태 현대차 사장은 이날 공장 게시판에 "중국산 부품 공급 차질로 인해 휴업까지 불가피한 비상상황이다. 휴업시기와 방식은 공장별·라인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공지를 올렸다.

현대차 노사는 이번 사태 전반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오후 실무협의에 들어갔다.



현대차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위기 극복에 노사가 따로 일 수 없다"며 "사측이 위기 대응 능력을 보여준다면 노조는 품질력을 바탕으로 생산성 만회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차종별 생산량을 조절해서 가급적 라인 가동이 아예 멈추지는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 협력업체 한국 공장에서 와이어링 하니스 생산을 늘려서 부품을 최대한 확보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이미 지난 주말 팰리세이드 생산라인 특근을 취소했고, 기아차도 화성공장과 광주공장에서 차량 생산을 감축했다.

한국GM도 지난 주말 국내공장에서 예정했던 특근을 모두 취소했다.

한국GM 측은 "꼭 와이어링 하니스 문제 때문만은 아니지만, 생산속도 조절이 필요해 취한 조치였다. 이번주까지 공장은 정상가동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GM은 설 연휴 후 공장 가동을 다른 업체보다 이틀 늦게 재개했다.



르노삼성 관계자 역시 "당장 공장 가동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도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우리도 영향이 불가피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와이어링 하니스뿐 아니라 다른 제품들도 중국의 연휴 연장에 따른 공급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와이어링 하니스뿐 아니라 인건비 등 원가절감을 위해 국내에서 중국으로 생산 라인을 옮긴 대다수 부품의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며 "국내 업체들이 공급선 다변화 등 위기 관리를 위한 대책을 고민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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