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서 '5년간 임대료 동결법' 통과…헌재 갈 듯

입력 2020-01-31 01:06
베를린서 '5년간 임대료 동결법' 통과…헌재 갈 듯

2월말 발효…베를린시 야당 "위헌소송할 것"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최근 몇 년간 임대료가 치솟은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향후 5년간 임대료 인상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통과됐다.

베를린 의회는 30일 이런 내용을 담은 임대료 동결법(Mietendeckel)을 처리했다. 재적 150명 가운데 85명이 찬성하고 64명이 반대했다.

베를린 시 정부는 의회에서 과반 의석인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좌파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다.

좌파당 소속의 카트린 롬프셔 의원이 발의한 이 법은 지난 10년간 베를린 임대료가 2배로 폭등하자 세입자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 법은 2월 말 발효될 예정이다.

롬프셔는 이날 투표에 앞서 "우리는 베를린이 런던과 파리같이 많은 사람이 아파트를 더는 살 여유가 없는 도시의 복제품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임대료 동결법은 임대료 자동인상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지난해 6월 18일 이전에 정해진 임대료를 기준으로 5년간 동결된다.

법의 적용 대상은 2014년 이전에 지어진 주택이다.

지난해 6월 19일부터 다음 달 말 발효 시점까지 기간에는 연방정부의 임대료 상한선법에 정해진 기준에 맞추도록 했다. 연방정부 기준 이상으로 임대료가 올라갔을 경우 기준에 맞춰 향후 임대료가 동결되는 셈이다.

임대료 동결법은 기존 임대료가 법에서 정한 임대료 상한선을 20% 이상 초과할 경우 세입자가 감면 요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주택 개보수 사례에 한해 인상이 허용되는데, 1㎡당 5센트로 인상 상한선이 정해졌다.

또, 기존 임대료가 1㎡당 5.02 유로 이하인 주택의 경우, 기존 임차인이 나가고 새 임차인이 들어올 때 임대인이 1㎡당 1유로씩 올려받도록 했다.



애초 임대료가 낮은 상태에서 인상 시기를 놓쳐왔는데 임대료 동결법으로 아예 인상 기회를 놓칠 수 있는 임대인을 배려하기 위한 조항이다.

베를린 당국은 150∼190만 호가 이 법의 적용을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법은 통과됐지만,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의 판단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법이 통과된 뒤 야당인 기독민주당은 "투자자들에게 치명적인 신호"라며 가능한 한 빨리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민당은 "위헌으로 판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면서 "임대차 시장에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법 논의 과정에서는 임대료 규제를 지방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느냐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연방정부의 임대료 상한선법과 충돌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좌파당 측은 2006년도에 지방정부 권한과 관련된 법의 개정으로 지방정부가 임대료 규제 권한을 완전히 확보했다고 주장해왔으나, 지방정부가 행사할 수 없는 권한이라는 반론도 제기돼왔다.

이런 논란 역시 헌법재판소에서 시비가 가려질 전망이다.

새 법을 놓고 현지 언론에서는 신규주택이 많은 저소득층 지역의 임차인들보다, 내부가 개보수된 고주택이 많은 고소득층 거주 지역 임차인들이 더 많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맹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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