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홍콩] ①흔들리는 '일국양제'…시진핑 좌불안석

입력 2019-11-17 10:00
수정 2019-11-17 19:17
[격동의 홍콩] ①흔들리는 '일국양제'…시진핑 좌불안석

시진핑, 홍콩에 '최후통첩'…한정·캐리 람 앞세워 강경 대응

홍콩 사태 장기화로 '절대 권력' 타격…장기 집권 계획도 불안

※편집자주 = 홍콩 시위가 6개월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민주 인사 탄압 가능성을 우려한 '송환법' 반대 시위가 '행정장관 직선'까지 요구하는 시위로 진화한 양상입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홍콩 시위가 '일국양제'의 마지노선에 도전하는 행위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면서 무력 개입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양측의 격한 대치로 긴장감이 점점 고조되는 가운데 홍콩 사태의 현황과 쟁점, 파장, 전망 등을 4꼭지로 나눠 긴급 진단합니다.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홍콩 시위사태 후폭풍이 베이징(北京)까지 몰아치면서 무풍지대였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절대 권력이 위협받고 있다.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내세워 대만 통일까지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던 시진핑 주석으로선 홍콩의 안정마저 지켜내지 못할 경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17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시진핑 지도부는 지난달 31일 폐막한 19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홍콩에 대한 중국 중앙 정부의 통제와 개입을 강화하기로 하고 시위사태 수습에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홍콩을 총괄하는 한정(韓正) 부총리와 캐리 람 홍콩 특구 행정장관의 경질 가능성도 거론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을 문책할 경우 사실상 이들에게 보고를 받아 최종 결정권을 행사해온 시진핑 주석 또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어 결국 재신임을 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시진핑 주석은 이례적으로 지난 4일 밤늦게 상하이(上海)에서 캐리 람 장관을 만나 "법에 따라 폭력 행위를 진압하고 처벌하는 것은 홍콩의 광범위한 민중의 복지를 수호하는 것이니 절대 흔들림 없이 견지해야 한다"며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한정 부총리 또한 베이징에서 캐리 람 장관과 회동해 일국양제를 흔드는 폭력 시위를 용납할 수 없다며 4중전회에서 결정된 법체계 보완을 통해 홍콩에 대한 통제를 전면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시진핑 지도부는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가 처음 촉발했을 때만 해도 2014년 '우산 혁명' 때처럼 큰 무리 없이 정리될 것으로 보고 홍콩 정부에 대응을 일임했다.

하지만 100만여명의 대규모 시위와 폭력 사태가 난무하면서 홍콩뿐만 아니라 중국 전체에 위협을 주자 시진핑 지도부는 결국 '송환법 철회' 카드를 내놓고 체면을 구겼다.

중국 지도부가 자신들이 결정한 사안을 외부 변수로 철회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시진핑 주석으로는 이번 홍콩사태 대처가 뼈아픈 대목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더구나 홍콩 시위대는 송환법 철회에 만족하지 않고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을 요구해 중국 지도부를 더욱 난감하게 하고 있다.

홍콩 경찰이 시위대에 실탄까지 발사하고 강력 검거에 나서면서 시위도 더욱 격렬해지자 다급해진 시진핑 주석은 해외 순방 중 이례적으로 홍콩의 폭력과 혼란의 종식을 촉구하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렸다.



시진핑 주석이 그동안 수많은 해외 순방 중 자국 내 현안에 대해 직접 언급한 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발언은 사실상 중국 지도부의 홍콩에 대한 불안한 마음과 더불어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시 주석은 홍콩의 폭력 시위가 일국양제의 마지노선에 도전하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폭력을 중단시키고 혼란을 제압해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홍콩의 가장 긴박한 임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시진핑 주석이 홍콩과 일국양제를 강조하는 것은 홍콩과 마카오의 중국 반환 후 일국양제 시행의 모범 사례로 전 세계에 과시해 이런 방법으로 대만 통일까지 이어가려는 구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콩 대규모 시위로 중국의 일국양제가 치명타를 입고 대만에서도 이 체제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시진핑 주석의 통일을 통한 '중화 대국 건설'의 꿈은 점점 멀어지고 있는 듯하다.

중국 문제 전문가인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일국양제는 시진핑 지도부로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정책"이라면서 "일국양제가 흔들리면 홍콩, 마카오 통합부터 대만 통일까지 모든 게 무산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홍콩 사태가 시진핑 주석의 의도와 달리 일파만파로 확산하자 장기 집권을 위한 계획 또한 흔들릴 가능성 있다.

시 주석은 후계자도 지명하지 않은 채 집권 2기를 맞았고 연임 규정도 철폐해 종신 집권의 길을 열었으나 홍콩사태를 연말까지 해결하지 못할 경우 내년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거의 반년 동안 홍콩 사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비난과 함께 홍콩 시위의 여파가 신장(新疆) 등 다른 불안 지역까지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진핑 지도부는 연말까지 중국군 등 무력 투입까지 불사하며 홍콩 사태 해결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제2의 톈안먼(天安門) 사태'의 악몽이 재현될 것을 우려해 인명 피해는 극도로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한 소식통은 "미·중 무역 전쟁으로 절대 권위에 손상을 입은 시진핑 주석이 홍콩 사태 장기화로 또 한 번 내상을 입은 상황"이라면서 "홍콩은 내치라서 이를 연내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중국인들 사이에 그의 통치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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