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국제기구 강화·개혁 필요"…다자주의·자유무역 지지
시진핑 "신흥시장·개도국 비중 높여야"…푸틴 "브릭스 지도적 역할 필요"
북한핵·예멘·시리아 사태 우려…베네수·볼리비아 문제는 언급 안돼
개발은행 회원국 확대 주력…회원국 20개 수준으로 늘릴 계획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5개국으로 이루어진 브릭스(BRICS)는 다자주의와 자유무역 확대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브릭스 정상들은 14일(현지시간)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회담을 마치면서 일방주의와 보호주의에 맞서 다자주의에 근거한 글로벌 거버넌스 구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브라질리아 선언'에 서명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대한 거부감을 표시하면서 다자주의 수호를 위한 브릭스 회원국들의 의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선언문은 "우리 브릭스 회원국들은 유엔과 세계무역기구(WTO),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를 강화하고 개혁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기구들이 더 포괄적이고 민주적이며 대표성을 가져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더 공정하고 공평하며 대표성을 갖는 국제질서 다극화를 형성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언문에 북한 핵 위협과 수단의 인권 위기, 예멘과 시리아 사태 등에 대해 우려한다는 내용은 포함됐으나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겪는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는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 문제에 대한 언급을 피하려는 브라질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선언문 서명에 앞서 각국 정상들의 발언에서도 다자주의 질서가 강조됐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브릭스의 역할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앞으로도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면서 "브라질과 블록의 다른 회원국들은 보다 포괄적인 글로벌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일방주의·보호주의를 강하게 비난하면서 다자주의를 수호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일방주의와 보호주의는 글로벌 거버넌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우리는 세계와 우리의 국민을 위해 연대와 개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어 "우리는 다자주의 원칙을 지켜야 하며 국제 현안과 무역에서 신흥시장과 개도국의 비중을 높이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면서 "글로벌 거시경제 정책의 틀에서 개발을 우선하고 유엔의 지속 가능한 개발 의제뿐 아니라 기후변화 문제에 관한 파리 협정이 진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브릭스가 유엔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보다 긍정적인 국제적 의제를 끌어내기 위해 적극적이고 헌신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브릭스 국가들이 유엔 차원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WTO를 중심으로 하는 다자주의 원칙 준수와 자유무역협상 확대를 주장했다.
이날 정상회담에서는 브릭스 신개발은행(NDB) 확대 문제에 관해서도 협의가 이뤄졌다.
NDB는 지난 2015년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정식으로 발족했으며, 신흥국과 개도국의 인프라 확충을 위한 금융지원에 주목적을 두고 있다.
NDB의 자본금은 현재 53억 달러 수준이며 2022년까지 100억 달러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NDB는 회원국을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 5개국에서 20개국 수준으로 점차 늘려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브릭스 의장국은 올해 브라질에 이어 내년에는 러시아가 맡는다.
브릭스는 지난 2009년부터 해마다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브릭스 5개국은 전 세계 인구의 41%, 경제성장의 43%, 생산의 33%, 무역의 18%를 차지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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