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그렌펠 참사' 부적절 언급한 하원대표에 비판 봇물

입력 2019-11-06 20:29
英 '그렌펠 참사' 부적절 언급한 하원대표에 비판 봇물

"소방대 지시 무시하고 건물 떠나는게 '상식'" 발언

유족·야당 "희생자에 '상식 부족' 언급 용서 못 해" 지적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런던 '그렌펠 타워 참사'와 관련해 부적절한 언급을 한 영국 하원 원내대표와 보수당 의원의 사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2017년 6월 당시 런던 공공 임대아파트 그렌펠 타워에서 화재가 발생해 모두 71명이 목숨을 잃었다.

최근 발간된 1단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불은 건물 4층의 냉장고에서 시작돼 가연성 외장재로 둘러싸인 건물 전체로 순식간에 번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특히 화재 발생 이후 현장에 출동한 런던 소방대가 "그대로 있으라"(stay put)라는 악명 높은 지침을 택하면서 대규모 인명 피해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6일(현지시간) 스카이 뉴스에 따르면 제이컵 리스-모그 하원 원내대표는 지난 4일 LBC 라디오에 출연한 자리에서 그렌펠 타워 참사와 관련한 발언을 했다.

그는 보고서를 읽어본 결과 그렌펠 타워 거주자들이 '그대로 있으라'는 소방대 지시를 무시하고 건물을 떠났다면 더 안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중 누군가 화재 속에 있다면, 소방대가 뭐라고 말했든 간에 불타는 건물을 떠나야 했다"면서 "그것이 '상식'(common sense)인데,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 비극이다"라고 언급했다.

리스-모그 하원 원내대표의 발언이 전해지자 그렌펠 타워 참사 유족과 노동당을 비롯한 야당을 중심으로 엄청난 비판이 제기됐다.

당시 생존자들과 유족으로 구성된 '그렌펠 유나이티드'는 "하원 원내대표가 그렌펠 타워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이 '상식'이 부족했다고 말한 것은 무례함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유족들에게 매우 아프고 모욕적인 발언"이라고 밝혔다.

당시 사고로 친구를 잃은 데이비드 래미 노동당 의원은 트위터에 "제이컵 리스-모그는 사퇴해야 한다. 당시 희생자들의 '상식'이 부족했다고 말한 것을 용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리스-모그 원내대표는 논란이 불거지자 즉각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는 "모두가 화재가 발생한 빌딩을 떠나고 싶어했던 만큼 (소방대가 내린) 지침이 상식에 반한다는 의미였다"면서 "불분명한 발언으로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리스-모그 원내대표의 발언을 두둔한 보수당의 앤드루 브리진 의원 역시 총선 후보 사퇴 압박을 받았다.

브리진 의원은 BBC 라디오에 출연해 "리스-모그 원내대표가 실제로 말하려 했던 것은 그가 당국보다 더 나은 지침을 내렸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리진 의원 역시 자신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내 발언이 잘못됐으며 큰 고통과 불쾌감을 끼친 데 대해 전적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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