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前대통령 "메르코수르는 핵 경쟁·갈등 완화 위한 기구"

입력 2019-10-28 03:51
브라질 前대통령 "메르코수르는 핵 경쟁·갈등 완화 위한 기구"

브라질 메르코수르 탈퇴 가능성 보도에 정·재계 우려 잇달아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가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탈퇴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재계 등으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보우소나루 정부가 역외 블록·국가와 자유무역협상을 확대하는 것은 좋지만, 메르코수르를 유명무실화하는 데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메르코수르 창설 멤버인 주제 사르네이 전 브라질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브라질 뉴스포털 UOL과 인터뷰를 통해 메르코수르의 미래가 불확실해졌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사르네이 전 대통령은 "메르코수르는 역내 핵 경쟁과 외교적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창설한 기구"라면서 "남미대륙의 안정은 메르코수르로부터 나온다"고 강조했다.

남미 양대국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과거 한때 핵무기 개발 경쟁을 벌이며 대립했던 역사를 언급한 것이다.

양국은 1991년 7월 18일 체결된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브라질-아르헨티나 협정'에 따라 '브라질-아르헨티나 핵물질 감시·통제국'(ABACC)을 설치했다. 협정은 양국 영토 내에 존재하는 모든 핵물질과 핵시설에 관한 정보를 상호 제공하고 평화적인 목적으로만 핵에너지를 사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핵무기 개발과 보유, 사용을 포기한다는 선언이었다.

핵에너지 협정 체결을 통한 양국의 화해는 같은 해 아르헨티나·브라질·파라과이·우루과이 등 4개국으로 이루어진 메르코수르 창설로 이어졌다.



사르네이 전 대통령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전통적 동맹 관계가 흔들리면 남미대륙 내 다른 국가들에도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면서 30여년 전에 자신과 라울 알폰신 당시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구축한 신뢰 관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이날 치러지는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승리가 유력한 좌파 러닝메이트 알베르토 페르난데스-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불편한 관계를 언급한 것이다.

앞서 브라질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는 브라질 정부가 메르코수르 탈퇴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경제부·외교부를 중심으로 탈퇴를 결정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충격에 대한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25일 보도했다.

브라질 정부는 메르코수르 회원국들이 역외 블록이나 국가로부터 수입되는 제품에 적용하는 대외공동관세(TEC) 인하를 아르헨티나 차기 정권이 반대한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아르헨티나에 좌파정권이 재등장하면 시장개방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와 관련, 이 신문은 유명 칼럼니스트의 글을 통해 "보우소나루 정부가 자유무역협상 확대를 모색하더라도 메르코수르 해체를 가져올 수 있는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재계에서도 메르코수르 탈퇴를 섣불리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브라질 최대 경제단체인 전국산업연맹(CNI)은 메르코수르를 탈퇴하면 24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외공동관세 인하가 미칠 영향을 치밀하게 분석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잇따른다. 브라질은 앞으로 4년간 1만여 개 품목 가운데 최소한 80%에 대해 관세를 점진적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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