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친정부' 5G 장비 쓰면 해킹 위험"…화웨이 명시는 안 해
EU 집행위원 "문제 회피 아니라 회원국에 선택권 제시"
화웨이 "근거 기반 EU 접근 환영"…EU, 연말까지 보안대책 마련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5G 사업 추진 과정에서 특정 정부와 밀착된 공급업체에 의존하지 말라고 유럽연합(EU)이 9일(미국동부 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회원국과 통신업계에 경고했다.
EU의 이번 보고서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겨냥한 경고로 받아들여지지만 화웨이 이름이 명시되지는 않았다고 미국 매체 CNN이 보도했다.
EU는 이날 공개된 보고서에서 무선통신 사업자가 단일 장비업체로부터 많은 장비를 조달한다면 국가가 사주한 해킹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U는 이 보고서에서 '민주적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정부와 '강하게 연계된' 장비 공급업체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보고서는 "납품업체를 활용한 공격에 노출 위험이 커졌다는 점에서, 각 공급업체의 위험 분석이 특별히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네트워크 연계에 따라 에너지, 수송, 금융, 의료 등 중대한 경제 부문이 새로운 위험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보안과 복구에 관한 신뢰도가 필수적이라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이 보고서는 미국이 동맹국을 상대로 중국 업체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도록 강하게 압박하는 중에 나왔다는 점에서 사실상 화웨이를 겨냥한 것이라고 CNN은 설명했다.
보고서에서 제기된 우려도 미국이 화웨이 배제를 요청한 논리와 유사하다.
미국은 화웨이 제품이 중국 정부의 간첩행위에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주장을 부인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에 근거를 제시하라고 반발하고 있다.
현재까지 유럽은 화웨이 금지 요구를 따르지는 않았다.
EU는 5G 네트워크 보안대책을 포함한 보안 검토를 올해 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이날 보고서도 '민주적 견제와 균형'이 부족한 정부나 그에 '연계된' 회사를 경계하라면서도 그 정부와 기업이 어디인지는 명시적으로 지목하지 않았다.
EU 안보 담당 집행위원 줄리언 킹은 보고서에 화웨이가 명시되지 않은 것이 문제를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회원국에 정보와 선택권을 주려는 의도라고 취재진에 해명했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 공급업체인 화웨이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35∼40%에 이른다.
화웨이 대변인은 "우리는 EU가 특정 국가나 주체를 겨냥하기보다는 심층적인 위험 분석을 통해 근거를 기반으로 한 접근 방식을 택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서 기쁘다"고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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