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폭지 나가사키가 '망가뜨린다'는 뜻?…日서 "언어도단" 발끈

입력 2019-08-09 10:41
수정 2019-08-09 11:02
피폭지 나가사키가 '망가뜨린다'는 뜻?…日서 "언어도단" 발끈

美 드라마 '디스이즈어스'서 '파괴하다'로 쓰여

피폭 주민 "나가사키는 '핵무기 폐기와 평화 지향' 의미"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미국에서 크게 히트, 한국과 일본에서도 전파를 탄 연속 드라마 '디스이즈어스(THIS IS US)' 에서 'Nagasaki'라는 단어가 '인생을 파괴한다'는 의미로 쓰여 9일로 원폭투하 74년을 맞는 피폭지 나가사키(長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디스이즈어스'는 세쌍둥이로 자란 36세의 남녀 3명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로 미국 NBC가 2016년에 시작, 시즌 3까지 방송됐다.



9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Nagasaki'라는 대사는 시즌 1의 2편에서 나온다. 주인공이 TV 방송국 간부에게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겠다고 말하는 장면에서다.

하차 의사를 밝히고 걸어 나가는 주인공을 향해 방송국 간부는 "If you do, I'll be forced to Nagasaki your life and career"라고 말한다. DVD 일본어 자막에는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면 너의 커리어를 파괴하겠다"로 번역돼 나온다. "I nagasaki'd him"이라는 대사도 나온다. 자막에는 "내가 (그를) 찌부러뜨렸다"로 번역됐다.

일본에서는 2017년부터 NHK가 방영했고 현재 위성방송인 BS에서 시즌 2가 방영되고 있다. 일본어로 더빙해 방송하고 있지만 영어 원음으로도 들을 수 있다.

8살 때 피폭을 경험한 나가사키시에 사는 하카리야 미치오(計屋道夫. 82)씨는 나가사키를 파괴한다는 뜻으로 쓰다니 "언어도단"이라며 분개했다.

미국 고등학교에서 강연하는 등 세계 여러 곳에서 핵무기 폐기를 호소하는 활동을 해온 그는 "Nagasaki는 핵무기 폐기와 평화를 지향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하고 "무지와 무관심이 잘못된 표현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우려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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