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탐바예프 前대통령 체포 시도 실패 키르기스 정국 긴장 고조

입력 2019-08-08 17:24
아탐바예프 前대통령 체포 시도 실패 키르기스 정국 긴장 고조

제엔베코프 대통령 "체포 저항은 법률 위반…모든 조치 취하라" 지시

아탐바예프, 체포작전 비난·지지자들 시위 경고…양 진영 대립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중앙아시아 국가 키르기스스탄에서 부패 혐의를 받는 알마즈벡 아탐바예프 전(前) 대통령을 체포하려던 보안당국의 작전이 아탐바예프 지지자들의 격렬한 저항으로 실패로 돌아간 가운데 전·현직 대통령 진영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타스·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소론바이 제엔베코프 키르기스 대통령은 체포 작전 시도 이튿날인 8일(현지시간) 개최한 긴급 안보회의에서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이 당국의 체포에 무력으로 저항한 것은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관계 당국에 법질서 유지를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아탐바예프 체포 시도를 계속하라는 지시였다.



여름 휴가 중이던 제엔베코프 대통령은 전날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 체포 실패 사건에 대해 보고받고 곧바로 휴가를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한 뒤 긴급 안보회의를 개최해 사태를 논의했다.

이에 앞서 체포를 피한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은 이날 새벽 자신이 소유한 TV 채널 '아프렐'(4월)을 통해 공개 호소문을 발표했다.

그는 호소문에서 특수부대의 무력 체포 작전을 비난하면서 자신에 대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자고 촉구했다.

그는 이날부터 지지자들이 의회 건물 주변에서 저항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6월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의 면책특권을 박탈하는 결정을 내렸던 키르기스 의회도 이날 긴급 회의를 열어 정국 혼란 수습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전날 저녁 키르기스 보안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 산하 특수부대원들이 부패 혐의를 받는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해 수도 비슈케크에서 약 20km 떨어진 코이-타슈 마을에 있는 그의 저택을 급습했으나 체포에 실패했다.

아탐바예프 지지자들은 저택으로 진입하려는 부대원들을 몽둥이와 몸으로 막으며 저지했고 뒤이어 추가로 몰려든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증원된 보안부대원들 간에 교전이 벌어졌다.

국가보안위원회는 특수부대원들이 고무탄만을 사용했지만 아탐바예프 지지자들이 실탄으로 저항했다고 주장했으나, 시위대는 특수부대원들이 먼저 실탄 공격을 가했다고 반박했다.

특수부대원들은 아탐바예프 지지자들과 몇시간을 대치하다가 인질로 붙잡힌 특수부대원 6명을 석방 받는 조건으로 체포작전을 중단하고 철수했다. 특수부대원들은 8일 아침 풀려났다.

아탐바예프의 변호사는 그가 체포를 피해 안전한 곳에 있다고 밝혔지만 거처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한편 양측의 무력 충돌 과정에서 아탐바예프 지지자들이 쏜 총탄에 맞아 부상했던 특수부대원 1명이 수술 도중 사망했다고 국가보안위원회가 밝혔다.

키르기스 보건부는 이날 오전 부상자가 52명으로 늘었으며 그 가운데 20명이 입원했다고 타스 통신에 밝혔다.

현지 검찰은 코이-타슈 사건과 관련 '소요'와 '살해', '인질극' 등의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당국이 아탐바예프를 강제 연행하려 한 것은 그가 지난 2013년 발생한 범죄조직 두목 불법 석방 사건과 관련한 수사당국의 증인 출석 요구를 세 차례나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탐바예프는 범죄조직 두목 불법 석방 사건 개입 외에 수도 비슈케크 열병합발전소 현대화 사업 관련 부정, 불법 토지 획득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고 현지 수사당국은 밝혔다.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될 경우 그는 종신형을 받을 수 있다.

키르기스스탄 의회는 앞서 지난 6월 27일 아탐바예프의 면책특권과 전직 대통령 직위를 박탈하기로 결의했다.

아탐바예프는 지난 2011~2017년 대통령으로 재임하고 스스로 물러나면서 제엔베코프를 대선 후보로 추천했고 뒤이어 2017년 10월 치러진 대선에서 그를 적극 지원해 당선시켰다.

하지만 이후 정부 구성 문제 등에서 두 지도자 간에 불화가 생겼고 제엔베코프는 2018년 4월 초부터 보안 부처와 검찰 등에서 아탐바예프의 측근들을 몰아내는 등 '홀로서기'에 나섰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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