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몰린 伊극우 부총리, 의회에 '러시아 게이트' 해명키로

입력 2019-07-17 01:30
위기몰린 伊극우 부총리, 의회에 '러시아 게이트' 해명키로

밀라노 검찰 "현재로선 살비니 조사 필요성은 없어"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러시아의 오일 머니에 연루됐을지 모른다는 의혹과 관련한 일명 '러시아 게이트'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마테오 살비니(46)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의회에 출석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하기로 했다.

살비니 부총리는 16일(현지시간) "한주에 2차례씩 의회에 나가 질의응답 시간을 이용해 아는 모든 것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살비니 부총리가 이끄는 극우 정당 '동맹'은 석유 제품 거래를 매개로 러시아에서 거액을 수수하려고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밀라노 검찰이 이 의혹을 수사한다는 사실이 최근 보도되면서 살비니 부총리는 야당은 물론 포퓰리즘 연립정부의 한 축인 집권정당 '오성운동'에게서도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강경 난민 정책을 앞세워 최근 이탈리아 내에서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승승장구하던 살비니 부총리로서는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몰린 셈이다.

이번 의혹은 살비니 부총리가 러시아를 방문한 작년 10월 18일 그의 측근인 잔루카 사보이니가 이탈리아인 2명과 러시아인 3명을 모스크바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나 유럽 의회 선거(2019년 5월)를 앞두고 동맹에 이익을 주는 거래 구상을 논의했다는 미국 인터넷매체 버즈피드의 보도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보이니는 당시 러시아 에너지 회사가 이탈리아 에너지 회사 ENI에 연료를 할인 판매하고, 대신에 동맹이 거래 금액의 4%에 해당하는 약 6천500만 유로를 몰래 챙기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도됐다.

버즈피드 등은 그러나 이 같은 거래가 실제로 이뤄졌다는 증거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언론인 출신으로 현재 북부 롬바르디아와 러시아 간 친선을 도모하는 롬바르디아-러시아협회의 회장을 맡는 사보이니는 러시아인을 아내로 둔 동맹 내 대표적인 친(親)러시아 인사로 꼽힌다.



이 보도에 살비니 부총리는 사보이니와 거리를 두면서 러시아에서 단 1루블도 받지 않았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당초 야당의 의회 출석 요구를 거부했으나 연정 파트너인 오성운동은 물론 주세페 콘테 총리까지 의회 출석을 촉구하는 등 사태가 심상치 않게 흐르자 마지 못해 의회에 해명하는 쪽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살비니 부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칭찬하거나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를 비난하는 등 친 러시아 성향을 지닌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푸틴 대통령 역시 지난 4일 로마 방문 당시 자신이 이끄는 러시아 정당과 동맹의 결속 관계를 강조하는 등 살비니 부총리에 대한 친밀함을 드러낸 바 있다.

한편, 전날 밀라노 검찰에 소환된 사보이니는 철저히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밀라노 검찰의 프란체스코 그레코 검사는 이날 "이번 조사는 길고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라면서도 "현재로서는 살비니 부총리를 조사할 필요성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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