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살배기 계좌로 학원비 수납…민생침해 탈세 163명 세무조사
대부업자 등 전국 동시 조사…클럽 종업원 계좌로 술값 받기도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명의 위장이나 차명계좌로 소득을 누락하는 등 악의적·지능적 탈세가 의심되는 유흥업소와 불법 대부업자, 고액학원 운영자 등에 대해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민생침해 탈세 혐의자 163명을 추려내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17일 밝혔다.
조사 대상자는 현장정보 수집과 탈세제보,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 명의위장이 의심되거나 조세포탈 혐의가 큰 사업자 위주로 선정했다.
업종별로 대부업자가 86명으로 가장 많고 유흥업소 종사자 28명, 불법 담배판매업자 21명, 고액학원 운영자 13명, 장례·상조업자 5명 등 순이다.
국세청은 명의위장이나 조세포탈 혐의가 큰 대형 유흥업소 등에 대해서는 검찰과 협의해 조세범칙수사로 착수해 압수·수색영장을 적극 집행하기로 했다.
이준오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들은 축적한 부를 통해 사치생활을 하면서 대다수 성실 납세자에게 상실감을 주는 등 경제적 약자인 서민층에게 2차적 피해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탈세는 과거에는 단순히 현금매출을 누락하는 등의 수법에 그쳤으나 최근에는 지분쪼개기 등을 통해 명의를 위장하거나 변칙 결제방식을 사용하는 등 점차 교묘해지고 있다.
최근 5년간 명의위장 적발 현황을 보면 전체 적발률은 0.03% 정도이지만 유흥업소는 0.19%, 대부업은 0.55%로 각각 6.3배, 18.3배 높다.
유흥업소의 경우 클럽 등에서 일명 'MD'(Merchandiser)로 불리는 영업사원이 인터넷 카페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조각모음'을 통해 테이블(지정좌석)을 판매하고 MD 계좌로 주대를 송금받아 수입을 신고·누락하는 사례가 종종 적발되고 있다.
조각모음은 고액의 테이블 비용을 여러 명이 분담할 수 있도록 인터넷을 통해 모객하는 영업행태다. MD들이 양주를 1~2병 단위의 패키지(세트구성) 형태로 판매하면서 가격할인을 미끼로 현금결제를 유도해 수입금액을 누락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백명의 여성 접객원을 고용한 호화 룸살롱 실소유주가 친인척 명의로 개업과 폐업을 반복하면서 세무조사를 회피하다 적발돼 400억원을 추징받기도 했다.
이 업자는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실제 매출액이 기록된 회계장부는 별도 비밀사무실에 보관하는 등 치밀하게 세무조사에 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이번 일제 조사와 별개로 '버닝썬' 논란을 계기로 강남 클럽 아레나 등 전국 유흥업소 21곳에 대해 동시 세무조사를 벌여 현재 조사 마무리 단계에 있다.
고액 학원에서는 인터넷강의 수강료가 입금되는 가상결제시스템에 연결되는 정산계좌를 타인 명의 계좌로 하는 방식으로 탈세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영어학원 운영자는 고액의 학원비를 자신의 9살짜리 조카와 지인의 2살 된 자녀 등 미성년자 명의 차명계좌로 받으면서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는 수법으로 수입금액을 누락하다 꼬리를 밟히기도 했다.
대부업자들은 급전이 필요한 기업을 상대로 자금을 고리로 단기대여하고, 원금과 이자는 직원 명의 차명계좌를 통해 관리하면서 수입금액을 누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직업이 있는 부모나 형제 등 일가족을 대부업자로 등록하고 자금난을 겪는 영세업체에 고리로 급전을 빌려주고는 이자는 현금이나 우편환 등으로 받는 업자가 적발되기도 했다.
불법 담배제조 업자의 경우 중국 등지에서 니코틴 원액을 다른 품목으로 속여 수입하고는 액상 전자담배를 불법으로 제조해 무자료로 판매하고 수입을 누락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액상 담배를 전자담배 판매업체에 직접 배달하면서 대금을 현금으로 받거나 직원 명의 차명계좌로 송금받는 식으로 세무당국의 눈을 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례업체나 인테리어업자의 경우 가격 할인을 미끼로 현금 결제를 받거나 직원 명의 위장사업장을 통해 대금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는 대상자 본인은 물론 가족 등 관련인의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도 병행하는 등 강도 높게 세무조사를 할 예정이다.
국세청은 지난 2년간 민생침해 탈세자 390명을 조사해 총 5천181억원을 추징했다.
이준오 국장은 "명의위장을 통한 탈세 행위에 대해선 실소유주를 끝까지 추적해 법령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하고 불법적으로 조성된 수익을 철저히 환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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