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세계수영] 한국 아티스틱 팀 "다시 명맥 끊기지 않도록…"
지난해 13년 만에 팀 종목 대표팀 부활…"후배들 많이 생기게 해야죠"
(광주=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저희가 못하면 언제 끊길지 모르니까…더 열심히 해야죠."
한국 아티스틱 수영이 세계선수권대회 팀 종목에 모처럼 등장해 홈 팬에게 아름다운 연기를 선사했다.
14일 광주 염주종합체육관 아티스틱 수영경기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아티스틱 수영 팀 규정종목(테크니컬 루틴) 경기에서 가장 많은 환호를 받은 팀은 단연 한국이었다.
개최국일 뿐만 아니라, 세계선수권대회 아티스틱 수영 팀 종목에 한국이 출전한 건 2003년 바르셀로나 대회 이후 16년 만이라 의미를 더했다.
한국 아티스틱 수영은 얕은 저변에도 2000년대 초반까지 아시아에선 경쟁력을 보였으나 2005년 이후 단체 종목의 경우 명맥이 끊겼다.
대표 선발에 불만을 품고 일부 선수가 이탈한 이후 학부모와 대한수영연맹의 갈등, 파벌 싸움까지 생기며 팀 자체가 구성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13년 만에 다시 팀이 생겼고, 안방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도 출전할 수 있었다.
그 주인공이 된 이리영(고려대), 이유진(백석대), 백서연(건국대), 김지혜, 김준희, 이가빈(이상 동광고), 구예모, 이재현(이상 마포스포츠클럽)은 이날 '독수리'를 테마로 삼은 창작곡에 맞춰 물 위를 수놓았다.
마치 독수리처럼 흰 바탕에 검은 패턴이 보석과 조화를 이룬 수영복을 입고 화려한 날갯짓을 펼쳐 보인 한국은 예선에서 76.4096점을 획득, 전체 17위에 올랐다.
12위까지 오르는 결선에 나설 수는 없게 됐지만, 응원을 받으며 치러낸 도전에 선수들은 벅찬 표정이었다.
이재현은 "외국에서 경기할 때는 선수끼리만 응원을 해주는데, 우리나라에서 대회가 열리니 많은 분이 응원해주셔서 기뻤다"면서 "경기장 안에서는 물론 지나갈 때도 광주 시민분들이 '파이팅'을 많이 외쳐주셔서 힘이 났다"고 말했다.
구예모도 "생각했던 것보다 응원 소리가 무척 커서 놀랐지만, 최대한 차분한 마음으로 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어렵게 온 소중한 기회라는 것을 알기에 더욱 똘똘 뭉쳐 팀 종목 준비에 힘을 쏟았다는 게 선수들의 한목소리다.
이유진은 "지난해 13년 만에 팀이 결성된 이후 선수들이 이번 대회까지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준비했다"면서 "후배들이 더 많이 생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마음이 커서 특히 단합이 잘 됐다"고 강조했다.
김준희는 "대회를 앞둔 1∼2주 정도를 빼면 학교생활과 훈련을 병행해야 했지만, 이 대회만 바라보고 왔다"면서 "동료들과 함께 대회까지 잘 왔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솔로·듀엣 종목도 병행하는 이리영은 "세계선수권대회에 두 번째로 출전했는데, 큰 응원 때문인지 덜 힘들고 가벼운 느낌"이라며 "내일도 경기가 있지만 힘들지 않다. 오늘 연기는 큰 실수 없이 잘 마무리한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한국은 17일 팀 자유종목(프리 루틴) 예선에도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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