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 종업원 살해사건 무죄 선고한 법원 "17년 전 검거했어야"

입력 2019-07-11 17:49
다방 종업원 살해사건 무죄 선고한 법원 "17년 전 검거했어야"

선고 앞서 이례적 소회…"검거기회 놓치고 영상녹화 등 면밀한 수사 아쉬워"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미궁에 빠졌다가 15년 만에 범인이 잡혀 무기징역을 받고 마무리되는 듯했던 부산 태양다방 여종업원 살인사건이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부산고법 형사1부(김문관 부장판사)는 11일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양모(48) 씨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주문을 읽기에 앞서 이례적으로 판결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재판부는 "2002년 6월 12일 알고 지내던 술집 여성 2명과 함께 피해자 적금을 인출한 피고인을 경찰이 검거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운을 뗐다.

재판부는 "6월 5일 숨진 여종업원의 적금 500만원이 미인출 된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정작 피해자의 다른 적금은 은행에 지급정지를 요청했지만 500만원이 든 적금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아 결국 피고인이 돈을 찾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당시 경찰이 금융기관과 유기적으로 협조했다면 피고인을 검거하고, 범행 이후 사망한 공범(술집 여성) 진술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랬다면 피고인 동거녀에게서도 보다 정확한 진술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경찰이 예금을 찾은 피고인을 2017년 붙잡았을 때 진범이라고 확신하지 않고 실제 강도살인 범인을 폭넓게 조사하고, 피고인 동거녀를 처음 조사할 때도 15년 전 사건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철저한 개방 질문 조사와 영상녹화 등 주도면밀한 수사를 했더라도 진술의 신빙성이 더욱더 높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에서 피해자 예금 인출 경위를 설명하며 피고인이 강도살인을 저질렀을 강한 의심이 들며 살인과 예금 인출이 동일범에 의해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강도살인 혐의에 대한 직접 증거가 없고 제시된 간접증거 역시 혐의를 뒷받침하지 못하자 초동수사와 2017년 재수사 때 경찰이 보다 신중하게 사건에 접근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범행 당시 피고인과 함께 살았던 동거녀는 2017년 경찰 조사에서 애초 피해자 시신이 든 것으로 추정되는 마대 자루를 본 적이 없다고 했으나 경찰이 범행 관련 사진 등을 보여주자 피고인과 마대 자루를 들고 옮겼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동거녀 진술의 신빙성은 피고인의 강도살인 혐의의 거의 유일한 증거로 파기환송심에서도 가장 큰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에서 2017년 재수사 때 경찰이 피고인 동거녀를 8시간 조사하면서 영상녹화를 하지 않아 어떤 과정을 거쳐 진술을 변경한 것인지, 진술 번복의 배경이 된 사건 사진 자료를 어떻게 제시했는지, 암시 등이 배제된 개방형 질문이 이뤄졌는지를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재판부는 동거녀 진술이 제한적인 증거가치를 지니지만 대법원이 제기한 진술의 왜곡·오염 가능성 등 의문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셈이다.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해 상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win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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