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 뚫린' 해안경계 육군의 책임"…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점
"수백㎞ 원양항해 했는데 행색은 '멀쩡'…해류 북쪽으로 흘렀는데 표류라니"
지붕 없는 소형선박으로 수백㎞ 항해?…귀순 선박 보존이 원칙인데 왜 폐기
(삼척=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지난 15일 강원 삼척항에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고 정박한 북한 소형선박과 관련해 관계 당국이 경계실패와 허위 보고, 은폐 행위 등을 조사한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특히 먼바다와 근해, 연안까지 북한 소형선박에 뻥 뚫린 3중 해상경계망 가운데 육군의 연안 감시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20일 군 관계자 등에 따르면 해안경계작전은 먼바다에서 해군의 해상 초계작전, 가까운 바다에서 해경의 해상 순시, 연안에서 육군의 해안경계 등으로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이 중 육군은 소총의 유효사거리를 고려해 수제선(땅과 물이 이루는 경계선)으로부터 500m까지가 책임 구역이다. 하지만 해상 경계작전의 신속성 등을 고려해 전 해안선부터 해상까지 공백이 없도록 예상 침투로를 감시한다.
이를 위해 육군은 열상감시장비(TOD)와 해안 레이더 등 해안복합감시체계를 갖췄다. 육군의 해안 레이더는 10㎞까지 탐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안복합감시체계 또한 3마일 이상 탐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접근하는 북한 선박을 보지 못했을 리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정부 당국은 해안 감시레이더로 최초 포착했을 때 해상의 파고(1.5m∼2m)가 선박 높이(1.3m)보다 높았고, 해류 속도로 떠내려가서 의심 선박으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류의 파고는 높은 곳에 위치한 레이더의 탐지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높이였고, 지붕도 없는 해당 북한 선박의 특성상 열영상 장비에 뚜렷하게 식별될 수 있는 조건이었다고 반박했다.
해상 상황에 밝은 전문가들도 해상의 파고가 2m 안팎이면 의심 선박을 식별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시 실제 해상의 파고가 0.4∼0.9m였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북한 선박이 삼척항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 15일 오전 4∼6시 사이는 육군이 선박결산과 부표결산, 수제선 정밀정찰을 하는 시간으로 알려졌다.
선박결산과 부표결산은 해상에 떠 있는 선박과 부표를 감시 장비를 이용해 실셈하는 작전이고, 수제선 정밀정찰은 수제선상에 특이점을 확인하기 위해 병력에 의한 육안 식별 작전이다.
이 때문에 삼척항으로 진입하는 북한 선박을 식별하지 못했다는 것은 동해·삼척지역의 해안경계작전부대가 이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한다.
북한 선박 사태와 관련한 정부 당국의 말 바꾸기 등 오락가락한 대응도 풀리지 않은 의문이다.
우선, 군은 북한 목선이 '표류했다'고 설명했다가 나중에 기관을 가동해 삼척항으로 정박했다고 말을 바꿨다.
이에 대해 일부 군 관계자는 북한 귀순 선박이 남하할 당시 해류는 북쪽으로 흐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즉, 10m 크기의 소형 어선이 해류를 거슬러 남쪽으로 내려왔다는 것은 자체 동력이 없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우리 군경이 처음부터 몰랐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귀순 의도를 지닌 북한 주민이 수백㎞를 지붕도 없는 1.8t의 소형선박에 의지한 채 이동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는데도, 당시 북한 주민의 모습과 복장 상태가 매우 깨끗한 점도 의문이라고 주장한다.
이 밖에 정부 당국이 북한 선박을 선장의 동의로 폐기했다고 발표한 것을 놓고 귀순 선박은 증거 보존을 위해 남겨 두는 것이 원칙인데 섣부른 폐기 발표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군 관계자는 "배의 크기나 승선한 북한 주민의 상태로 볼 때 먼바다가 아닌 해안선을 따라 근해로 항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해안 레이더와 TOD 등 해안복합감시체계가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의 경계작전 실태를 꼼꼼하게 점검하여 책임져야 할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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