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 막는 유전자변형이 사망률↑"…中 '유전자편집' 논란가중
美연구진 "에이즈위험 낮추는 유전자 돌연변이 보유자 사망률 21% 높아"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지난해 중국의 한 과학자가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지니도록 유전자를 편집한 아기를 태어나게 했다고 주장하면서 과학계에 커다란 논쟁이 벌어졌다.
그런데 유전자 편집이 윤리 문제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태어난 아기의 사망률을 오히려 높일 수 있다는 의료과학의 문제까지 추가로 제기됐다.
3일(현지시간) AP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UC버클리)의 라스무스 닐슨 교수는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을 낮춰주는 유전자 한 쌍을 모두 지닌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사망률이 21% 높았다는 연구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 메디신'에 실었다.
닐슨 교수가 40만 명 이상의 유전체가 등록된 영국 바이오뱅크의 의료자료를 분석한 결과, 41세에서 78세 사이의 분석 대상자 가운데 CCR5 유전자 한 쌍에 '델타32'로 불리는 자연 돌연변이를 모두 갖고 있는 사람의 사망률이 한 쪽에만 갖고 있거나 아예 없는 사람보다 높았다.
델타32는 CCR5 유전자의 정상적 활동을 어렵게 함으로써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가 면역 세포 안으로 침입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CCR5는 중국 과학자가 유전자 편집 아기에게서 제거한 바로 그 유전자다.
또 델타32를 유전자 한 쌍에 모두 지닌 바이오뱅크 등록자 수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적다는 사실도 이러한 돌연변이를 가진 사람들의 사망률이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닐슨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델타32가 수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독감에 따른 사망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 연구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사는 HIV에 걸리지 않으려고 한 것이 오히려 일반적인 질병에 더 잘 걸리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가디언은 닐슨 교수의 논문이 지난해 11월 중국 과학자 허젠쿠이(賀建奎)가 배아 단계에서 유전자를 편집한 쌍둥이를 태어나게 했다고 한 주장에 대해 인간의 수명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한 연구라고 평가했다.
옥스퍼드 대학의 에이드리언 힐 인류유전학 교수는 닐슨 교수의 연구가 유전자 변형에 따른 모든 영향을 과학자들이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런던 소재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의 로빈 러벨 배지 유전학자는 "닐슨의 논문은 우리가 아직 유전자의 정상적인 역할을 충분히 모르기 때문에 CCR5를 선택한 것이 끔찍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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