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관세협상 앞둔 멕시코 "중미 망명신청자 전원 수용 못해"

입력 2019-06-04 05:54
미국과 관세협상 앞둔 멕시코 "중미 망명신청자 전원 수용 못해"

에브라르드 외무장관 "멕시코 협조 없으면 중미 이민자 25만명 美 도착"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법 이민문제 해결을 위해 멕시코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가운데 멕시코는 중미 망명 신청자 전원을 수용하라고 미국이 제안할 경우 거부하기로 했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부 장관은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주미 멕시코 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 망명을 희망하는 중미 이민자들이 미국 대신 멕시코에서 망명자 지위를 찾도록 강요하는, 멕시코를 이른바 '안전한 제3국'(safe third country)으로 지정하는 방안은 선택사항이 아니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로이터ㆍ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멕시코는 안전한 제3국과 관련한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미국)은 아직 나에게 제안하지 않았지만 이것은 수용되지 않을 것이며 그들은 이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미 이민문제를 놓고 두 나라가 함께 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회견에 배석한 마르타 바르세나 주미 멕시코 대사는 "우리가 협상할 수 있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 한계는 멕시코의 존엄이다"라고 강조했다.

멕시코 대표단을 이끄는 에브라르드 장관은 관세, 이민문제 등을 놓고 5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필두로 한 미국 대표단과 회담할 예정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지난달 30일 중미 이민자의 미국 불법 유입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10일부터 멕시코에서 들어오는 모든 상품에 5%의 관세를 부과하고 10월까지 단계적으로 25%까지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멕시코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가 중미 이민자들의 미국행을 저지하려는 자국의 노력을 저해해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우리는 올해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를 떠난 수만 명의 이민자를 돌려보내고 피난처, 식사, 교통비, 의료비 등을 지불했다"며 멕시코의 도움이 없다면 올해 25만명 이상의 이민자가 미국에 도착할 것으로 내다봤다.

멕시코는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미국서 망명 신청을 한 8천835명의 중미 이민자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미국 법원에서 열릴 망명 심리를 멕시코에서 기다리고 있다.

한편 멕시코가 미국의 관세 위협에 대해 보복관세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멕시코 정부는 보복관세,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을 포함해 여러 대응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협상을 통한 해결이 양국에 이익이 되고 최선이라는 판단 아래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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