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석학들 "부의 재분배 위해 세재개혁 뒷받침돼야"

입력 2019-04-29 17:53
기본소득 석학들 "부의 재분배 위해 세재개혁 뒷받침돼야"

(수원=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 29일 개막한 '2019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와 국제콘퍼런스에 참여하기 위해 방한한 세계 석학들은 기본소득에 관해 다양한 견해를 밝혔다.

이들은 특히 일부에 의해 독점된 부의 재분배가 이뤄지게 하려면 세제 개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공동설립자이자 영국 시민소득 트러스트 의장인 애니 밀러는 이날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본소득 박람회 '국제콘퍼런스' 세션에서 기조연설을 한 후 기자단 인터뷰에서 진정한 의미의 재분배가 이뤄지려면 세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애니 밀러는 "30년 동안 기본소득을 연구했어도 모국(영국)에서는 아직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데 경기도에서 청년기본소득을 시행한다니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기본소득은 경제 측면과 아울러 사회 전반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기도가 시행하는 청년기본소득(청년배당)은 지금은 특정연령만 대상으로 하지만 연령을 확대하고 기간을 늘리면 사회 변화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기본소득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재분배를 하려면 세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제 개편이 곧 증세를 의미하냐는 질문에는 "재원 조달방안은 다양하다. 국토보유세, 외환 거래세 등을 통해 돈을 조금 더 내 모두가 잘 살 수 있게 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그는 미국 알래스카는 1992년부터 석유 자원을 통해 모든 주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해 인기를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비정부기관에 의해 기본소득이 제공된 아프리카 남부 나미비아에서는 2009년 여성과 아동을 위해 한국 돈으로 치면 1만원 정도 되는 적은 돈이 지급됐는데 이들의 삶이 개선되는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도 했다.

기본소득이 최근 전 세계적으로 관심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 알마즈 젤레케 미국 뉴욕대 교수는 "오늘날 자본주의에 대한 유일한 해답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알마즈 젤레케 교수는 "자본주의는 부의 재분배 측면에서 보면 효율적인 건 아니다. 부유한 국가에선 부나 돈이 충분해도 일부에 의해 독점되고 있다"며 "생각의 관점을 바꿔 이처럼 독점된 일부의 부를 재분배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소득으로 현금을 주다 보니 포퓰리즘 비판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빈부와 관계없이 똑같이 주는 것은 맞다. 하지만 부의 재분배 측면에서, 평등의 관점에서 본다면 돈을 내는 사람이 모두 똑같이 받는 건 아니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본소득으로 일정소득을 보장하면 노동을 하지 않는 인력이 발생한다는 비판에 대해선 "기본소득은 사회적 컨디션을 만드는 것이다. 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회적 장애가 많은데 이런 부분들을 기본소득으로 지원해줄 수 있다. 그렇지만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위스 라이노시 시장은 기본소득 실험 실패를 통한 변화에 대해 소개했다.

전체 인구가 1천300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인 라이노시 안드레아스 예니 시장은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지난 몇 개월 간 기본소득 실험 논의를 하면서 주민들이 나의 삶, 나의 일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게 됐다는 점이 변화라면 큰 변화"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라이노시는 지난해 1년여 구상과 설계 과정을 거쳐 기본소득 실험에 나서려 했지만 크라우드 펀딩으로 시도한 재원 마련에 실패하는 바람에 기본소득 실험조차 하지 못했다.

안드레아스 예니 시장은 기본소득 시행을 위해 재원 조달에 필요한 세제 개혁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gaonnu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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