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원의 헬스노트] '달리는 중환자실', 이제 전국에서 달려야 한다

입력 2019-04-26 06:13
[김길원의 헬스노트] '달리는 중환자실', 이제 전국에서 달려야 한다

"중증환자 전원 후 24시간 내 사망위험 55% 감소 효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응급실을 찾은 환자나 보호자가 '맨붕'에 빠지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다른 병원으로 가라"는 말을 들었을 때다.

이런 응대가 나오는 건 처음 방문한 병원의 응급실에서 환자에 대한 특정 처치가 불가능하거나, 중환자실이나 인공호흡기 등 장비가 부족하기 때문일 수 있다.

이런 경우 환자를 구급차에 태워 치료 가능한 병원의 응급실로 신속히 전원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현행 응급의료체계에서는 환자의 중증도와 상관없이 응급구조사 1인이 동반하는 사설 구급업체가 병원 간 이송을 전담하다시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물리적인 이동시간이 오래 걸리고 의료진이 바뀌면서 환자 진료의 연속성이 깨지는 것은 물론 중증 응급환자의 경우 전원 중 상태가 악화할 수 있는 우려가 큰 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대병원과 서울시가 2016년에 도입한 게 '서울시중증환자이송'(Seoul Mobile Intensive Care Unit, SMICU) 서비스다.



무엇보다 SMICU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병원 간 이송 도중에도 중환자실과 동일한 장비와 약물이 비치된 특수제작 구급차를 이용함으로써 실제 중환자실(또는 응급실 중환자구역)에서와 같은 처치와 관찰을 받으면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모든 출동에 전문의 1인, 처치팀 1인(간호사 또는 응급구조사), 운전팀 1인(응급구조사) 등 3명이 한조로 늘 함께 움직이기 때문이다. SMICU 서비스를 '달리는 중환자실'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SMICU 서비스는 2016년 1월부터 올해 4월 현재까지 약 2천600명의 환자를 이송했다. 올해 안에 3천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SMICU 서비스가 실제 환자 사망위험 감소에 미치는 효과도 큰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병원·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응급의학과 공동 연구팀(김태한, 송경준, 신상도, 노영선, 홍기정, 박정호)이 서울시 전체 응급의료기관에서 수집되는 국가응급의료정보망(NEDIS) 2016년 자료를 분석해 국제학술지(Journal Prehospital Emergency Care)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SMICU 서비스를 이용한 환자의 전원 후 24시간 이내 사망 감소 효과가 뚜렷했다.

연구팀은 2016년 응급실 전원 환자 4만2천188명 중 SMICU를 통해 이송한 중증환자 482명(1.1%)의 임상적 특징 및 예후를 사설 구급차를 타고 온 비슷한 상태의 환자와 비교했다.

이 결과 SMICU 서비스를 이용한 환자의 전원 후 24시간 이내 사망위험은 사설 구급차를 이용한 경우보다 55%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 응급환자에 대한 SMICU 서비스의 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효과에도 불구하고 이 서비스는 현재 서울시 안에서만 받을 수 있다. 인건비와 장비 등 소요 비용 전액을 정부가 아닌 서울시가 별도로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에 사는 중증환자가 서울의 큰 병원 응급실로 가야 하는 경우, SMICU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도 원칙적으로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또한 SMICU 서비스의 효과가 입증됐지만, 우리나라 병원 간 이송체계에는 아직 여러 문제점이 남아 있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김태한 교수는 "모든 병원 간 이송에는 10㎞당 7만5천원이라는 정해진 금액 외에는 추가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 "때문에 중증 응급환자 이송 때 처치에 들어가는 3∼4배 이상의 비용은 모두 서울시의 지원금으로 충당할 수밖에는 없는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와 함께 일부 부실한 병원 간 사설 이송 업체 등에 대한 관리 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고, 병원 간 전원에 대한 연락체계가 미흡한 점도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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