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열리는 북러 정상회담, 김정은-푸틴 어떤 논의할까

입력 2019-04-18 22:19
마침내 열리는 북러 정상회담, 김정은-푸틴 어떤 논의할까

2011년 북러 정상회담 이후 8년만, 김정은-푸틴 첫 회동

"한반도 비핵화협상 관련 공조 과시, 경제협력 확대 방안 논의"

"미국 일방주의 반대, 국제사회 대북 제재 완화 한목소리 낼 듯"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북미를 중심으로 한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이뤄질 북러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현 정세를 반영한 양국 공조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러시아의 적극적 지지를 거듭 요청할 것으로 보이며,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원칙적 지지 입장을 재확인하고 미국에 대한 대응에서 양국이 지속해 협력해 나가자는 제안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이 벌써 4차례나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2차례나 정상회담을 한 상태에서 한반도 문제의 핵심 관련국 가운데 하나이자 북한의 우방인 러시아 정상을 조만간 찾으리라는 예상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특히 지난 2월 말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뒤 북한이 자신들의 요구 조건을 거부한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중국과 함께 러시아와의 연대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김 위원장의 방러 가능성에 더 큰 무게가 실려 왔다.

북러 정상회담은 김정은 위원장의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1년 8월 러시아 시베리아 도시 울란우데를 방문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대통령(현 총리)과 회담한 후 8년 이상 열리지 않았다.

미국을 상대로 힘겨운 협상을 벌이고 있는 북한에 전통 우방 러시아와 중국의 지원과 지지는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 2017년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단계적 해결 방안을 담은 '로드맵'을 함께 제안하며 미국의 대북 군사 공격 가능성을 강하게 견제했던 러시아와 중국은 남북, 북미 협상진전과 함께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 중단, 핵 실험장 폐쇄 등 일부 조치를 취한 데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해제 혹은 완화 등의 조치로 화답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북러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지난 2000년 2월 '러·북 친선·선린 및 협조에 관한 조약'으로 기반이 놓이고, 같은 해 7월 푸틴 대통령 방북 시 채택된 '평양선언'과 2001년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러 때 서명된 '모스크바 선언'으로 구체화한 양국 협력 수준을 더 심화시키는 논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동병상련' 처지인 러·북은 정상회담에서 미국 주도의 일방주의적 세계 질서에 반대하는 양국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국제 주요 현안에서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두 정상은 미국이 자국의 입장을 관철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는 제재 정책에 반대하는 주장을 펴며 함께 비판의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안보리 대북 제재 완화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독자적 대북 제재 해제 등을 주장하는 한편 미국의 대러 제재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점쳐진다.

또한 한반도 비핵화 협상과 관련,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동시적 조치' 원칙에 공감을 표시하고 북한의 행동에 상응하는 미국의 양보 조처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회담에선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와 미국의 독자 대북 제재 등으로 크게 위축된 러북 양국의 경제 협력 확대 문제도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양국 교역 확대 방안, 교통·운송 분야 협력,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 체류 문제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러시아와 북한 간 교역 규모는 그 전해에 비해 56% 급감한 3천405만 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두 지도자는 지난 3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북러 통상경제·과학기술 협력 정부 간 위원회'(북러 경제협력위원회) 제9차 회의에서 논의된 안보리 제재 상황 하에서의 교역확대 방안 등에 대해 견해를 나눌 것으로 관측된다.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로 올해 말까지 본국으로 귀환해야 하는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논의 대상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한동안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다 북핵 사태 악화로 교착 상태에 빠진 러시아의 대북 투자 문제가 거론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러시아가 그동안 남북 양측에 줄기차게 제안해온 남북러 3각 경제 협력 사업에 대해서도 의견 교환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밖에 양국 간 문화·인적 교류 확대 방안 등도 의제에 오를 전망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대북 제재 상황에서 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제 협력 문제에 집중하기보다는 한반도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양국의 공조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는데 더 역점을 둘 것이란 예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모스크바의 정치 평론가 그리고리 골로소프는 앞서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의미를 너무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면서 "김 위원장은 북한이 미국 및 한국과의 접촉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는 고립된 국가가 아님을 외부 세계에 보여주길 원하는 것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골로소프는 또 김 위원장의 방문이 러시아에도 상징적으로 이익이 된다면서 "특히 미국을 향해 '당신네 행동이 러시아에 명령이 될 수는 없다. 우리는 현재 협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협력할 국가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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