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최고] 역류성식도염이 가벼운 질환?…"후두암 위험 2.3배"

입력 2019-03-30 08:00
[건강이 최고] 역류성식도염이 가벼운 질환?…"후두암 위험 2.3배"

한림대성심병원, 112만명 추적결과…"인후두가 식도보다 위산에 더 취약"

술·담배 멀리하고, 자극적인 음식·과식 삼가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요즘 위(胃) 속의 내용물이나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는 '위식도역류질환'(GRED)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위식도역류질환의 대표 증상인 역류성식도염의 경우 2013년 352만명이었던 환자 수가 2017년에는 428만명으로 약 21% 증가했다. 이렇게 환자가 늘어난 건 서구화된 식생활습관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 질환은 위와 식도의 연결 부위에 위치한 '하부식도괄약근'의 기능 저하에서 비롯된다. 하부식도괄약근은 음식을 삼킬 때 열리고 그 외의 경우에는 음식물이 다시 올라올 수 없도록 닫혀 있는 게 정상인데, 이 기능이 약해져 신물이나 쓴물이 위에서 식도로 역류하는 것이다.

이 같은 역류로 식도에 손상을 입으면 타는 듯한 가슴 통증, 목에서 느껴지는 이물감 등의 증상이 생긴다. 이 외에도 역류 정도와 범위에 따라 삼킴곤란, 오심, 기침, 쉰 목소리 등의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증상이 가벼운 경우에는 생활습관의 개선만으로 해결이 가능하며, 다소 심하더라도 약물이나 내시경 시술, 외과적 수술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문제는 위식도역류질환을 가볍게 여겨 제때 치료하지 않을 경우 난치성 암으로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림대성심병원 이비인후과 최효근 교수가 국제학술지 '임상 이비인후과학'(Clinical otolaryngology)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02~2013년 사이 위식도역류질환으로 전국 병원을 찾은 112만5천69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질환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대조군(103만779명)보다 후두암 발생 위험이 2.3배 높았다.

후두암은 목의 식도와 기도의 입구 부위에 위치한 후두에 생기는 악성종양으로, 전체 두경부암 환자의 약 3분의 1 정도를 차지한다. 목소리 변화, 목에 생긴 혹, 삼킴(연하)곤란 등이 대표적인 후두암 증상이다.

최효근 교수는 "식도 위에 위치한 인후두 점막은 자연적인 보호 인자가 없기 때문에 식도보다 위산에 매우 취약하다"면서 "장기간에 걸친 위산 역류는 후두에 만성 염증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피세포의 분화를 일으켜 결국 후두암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런 위험을 피하려면 평소 위산 역류를 예방하는 식생활습관을 가져야 한다. 자극적이거나 카페인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은 피하고, 술·담배도 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위장 내 압력을 높여 역류 현상을 유발하는 과식과 늦은 시간 식사도 삼가는 것이 좋다.

식사 이후에 눕거나 등을 구부리는 자세도 역류 현상을 더 잘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기름진 음식 섭취나 혈압약, 천식약의 일부 성분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만약 역류성식도염이 의심되면 위내시경으로 쉽게 진단이 가능하다.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로 조기에 질환을 발견하는 게 빠른 치료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려대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최혁순 교수는 "위식도역류질환은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증상이 없어졌다고 바로 약물치료를 임의로 중단하면 재발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처방과 치료일정을 준수해야 한다"면서 "치료 후에도 역류성식도염의 특성상 재발이 잦은 만큼 바람직한 생활습관을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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