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총리 최측근 르아브르 시장, 엽기 음란행각 드러나 사퇴
알고 지낸 여성 다수에게 자신의 성기 노출 음란 사진 보내…피해자 수십명 추정
진실 알리고자 받은 사진 시의회 의원들에 재전송한 여성들 오히려 고발하기도
지역 정가, 시장 행각 알면서도 '쉬쉬'…필리프 총리, 직접 만나 사퇴 종용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총리의 최측근인 한 지방 도시의 남성 시장이 여러 명의 여성에게 자신의 적나라한 나체 음란 사진을 다량 전송한 사실이 언론의 탐사보도로 드러나자 전격 사임했다.
노골적인 성(性)적 제안과 음란 사진에 분노한 여성 중에서는 자신이 받은 사진을 지역 정치인들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 보냈다가 시장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발까지 당했다.
특히 시장까지 오른 유력 정치인이자 현 총리의 '오른팔'과도 같은 인물이 수년 전부터 성범죄에 해당하는 일을 자행했다는 사실이 수년 전부터 지방 정계에 파다하게 알려졌지만, 이들은 시장의 권력과 보복이 두려워 쉬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22일(현지시간) 라디오 프랑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프랑스의 대서양 연안 항구도시 르아브르의 뤽 르모니에(50) 시장이 전날 밤 전격 사임을 발표했다.
그는 사퇴의 변을 통해 "오래 숙고한 끝에 내 가족과 지인들을 지키기 위해 시장직을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르모니에 시장은 과거 평소 알고 지낸 여성들에게 자신의 성기 등 신체가 적나라하게 노출된 사진들을 전송하며 음란 메시지를 함께 보낸 사실이 라디오 프랑스와 프랑스 블뢰 노르망디 방송 등 언론의 탐사보도로 최근 드러났다.
라디오 프랑스 탐사보도팀이 입수한 다수 여성들의 제보에 따르면, 확인된 피해자만해도 최소 3명 이상이다.
르아브르 지역 정치에 활발히 참여해온 '소피'(가명)라는 이름의 여성은 수년 전 뤽 르모니에가 스마트폰으로 보낸 사진들에 경악했다.
유력 정치인이 자신의 발기한 성기를 노출한 채 노골적인 포즈를 취한 모습에 더해 메시지로 음란한 발언을 자신에게 보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는 라디오 프랑스 인터뷰에서 "나는 결혼한 지 20년도 더 된 남편과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었는데,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르모니에가 그런 사진들을 보내 심한 충격을 받았다"며 "명백한 성범죄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르모니에게 그러지 말라고 요구했지만, 이후에도 그는 비슷한 사진들을 수십장씩 계속 보내왔다고 했다.
더는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한 소피는 작년 여름 르아브르 시의회 의원들에게 르모니에 시장의 진짜 모습을 알리고자 자신이 그로부터 받은 음란 사진들을 그대로 이메일로 전송했다.
그러자 현직 시장이었던 르모니에는 오히려 소피를 검찰에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검찰은 최근 이 사건의 기소유예를 결정했다.
아이 넷을 둔 르모니에 부부와 20년 가까이 알고 지낸 '엘리즈'(가명)라는 여성도 2011년부터 르모니에로부터 비슷한 음란 사진을 전송받았다.
이런 행위는 르모니에가 2014년 에두아르 필리프 시장(현 프랑스 총리)의 최측근 참모에 오를 때까지 이어졌다. 엘리즈 부부는 시의회 의원들도 알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자신들이 받은 르모니에의 음란 사진을 다시 전송했다. 하지만 엘리즈 부부 역시 이 일과 관련해 검찰에 끌려가 조사를 받아야 했다.
르모니에는 또한 빈곤에 시달리며 사회복지보조금을 받길 원하는 한 여성에게도 페이스북 메신저로 접근, 현직 시장인 자신이 돕겠다고 꾀어낸 뒤 자신의 음란 사진들을 전송했다는 폭로가 나오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시의회와 르아브르 시청의 고위직 등 지역 정치인 상당수가 르모니에의 이런 엽기 행각을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 고위급 여성 정치인은 라디오 프랑스 인터뷰에서 "그건 추잡한 비밀이었다. 나는 음란사진을 받지 않았지만, 르모니에의 음란 사진들이 여성들 수십명에게 보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내용을 알게 된 뒤 르모니에 시장과 완전히 관계를 단절했다"고 말했다.
라디오 프랑스가 접촉한 지역 정치인들과 시청 관계자들의 반응은 '점입가경'이다.
시장의 음란 성범죄 행각을 알고 있으면서도 시장의 권력과 정치적 보복이 두려워 침묵한 이들이 다수라고 이 방송은 전했다.
시청의 한 전직 여성 공무원은 "르아브르 시청 내부에 만연한 고도의 기괴한 성(性)적인 기류를 견딜 수 없어 그만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사건의 불똥은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에게도 튀었다.
필리프 총리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 의해 총리로 발탁되기 전까지 르아브르의 시장을 지냈고, 시장직을 르모니에가 승계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언론들은 필리프 총리가 자신의 오른팔과 같았던 르모니에의 엽기 행각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을 수도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필리프 총리는 지난 2월 지방 언론과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나는 르아브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언론의 추적 보도가 시작되고, 피해 여성들이 들고일어나는 움직임에도 꿈쩍하지 않던 르모니에가 시장직 사퇴를 결정한 것에는 필리프 총리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라디오 프랑스는 필리프 총리가 바쁜 일정 속에서도 21일 아침 직접 자신의 '친정' 격인 르아브르를 비밀리에 방문해 르모니에를 만나고서 그에게 사퇴를 종용했다고 전했다. 르모니에는 필리프 총리를 만난 뒤 그날 저녁 사퇴 성명을 발표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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