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차 부품산업](하) 가격경쟁력 하락에 수출길도 '캄캄'

입력 2019-03-18 06:55
[위기의 차 부품산업](하) 가격경쟁력 하락에 수출길도 '캄캄'

일본 수출은 5년 만에 생산비용 역전…최저임금·엔저 등 겹쳐



(부산=연합뉴스) 김상현 기자 = 르노삼성차에 차량 내장 부품을 납품하는 C사는 같은 부품을 일본 규슈 닛산 공장에도 납품한다.

이 부품은 르노삼성차 부산공장과 닛산 규슈공장에서 생산하는 북미 수출용 닛산 로그 차량에 들어간다.

수출용 부품은 일본 물류 트럭이 직접 배를 바다를 건너 한국에 들어와 C사를 방문해 싣고 일본까지 그대로 간다.

이 트럭에는 C사 수출 부품 외에도 닛산 규슈공장에서 사용할 다른 한국업체 부품도 함께 실린다.

이 같은 물류시스템은 마치 옛날에 우유 회사 마차가 각 농장을 돌며 우유를 수거해가는 것과 같아 '밀크런 방식'이라고 불린다.

밀크런 방식을 도입하면 개별 수출업체에서 물류를 담당할 때보다 물류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부산·경남지역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2014년 르노삼성차가 닛산 로그를 위탁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일본 수출길을 열었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부품업체 생산비용은 일본보다 20%가량 낮았고, 밀크런 방식으로 물류비도 아껴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하지만 5년여가 지난 지금은 부산·경남지역 부품업체와 일본 부품업체 간 생산비용은 완전히 역전됐다.



최저임금을 보더라도 일본 규슈지방은 시간당 730엔이지만, 한국은 8천350원으로 우리나라가 11% 비싸다.

또 같은 기간 엔저 등으로 환율 격차도 벌어지면서 지금은 전체 생산비용에서 한국 부품업체가 일본보다 20%가량 높아졌다.

일본 닛산에 납품하는 한 부품업체는 지난해 말 납품단가를 20% 이상 낮추자는 통보를 받고 일본 수출을 중단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생산비용 역전은 부산·경남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수출 감소로 이어졌다.

부산상공회의소 통계를 보면 올해 1월 부산지역 자동차 부품 수출실적은 4천896만달러로 지난해 1월의 5천595만달러와 비교해 12.4%나 줄었다.

완성차 수출도 지난 1월 1억3천722만달러를 기록해 1년 전의 2억6천235만달러와 비교해 47.6%나 급감했다.

부산시는 완성차 업계와 자동차 부품업체 어려움이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긴급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지역 자동차 부품업체에 1천억원 규모로 긴급 특례보증을 지원하고, 중소기업 육성자금 1천100억원도 투입하기로 했다.

부품 수출기업에는 보증료와 수출보험료를 지원하고 밀크런 물류시스템도 활성화하도록 도울 계획이다.

현재 부산지역 자동차 부품업체는 모두 235개사로 4천86개 전체 제조업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8%에 달한다.

종업원 수도 1만2천720명으로 전체 제조업 종업원 중 9.3%를 차지하고 있다.



김윤일 부산시 일자리경제실장은 "르노삼성차 조업 차질 등으로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산업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며 "주력산업 침체로 지역 경제 전반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인호 부산경제살리기 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자동차와 부품산업 모두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부산 유일의 완성차 업체인 르노삼성차 노사분규가 장기화하고 있어 지역 협력업체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josep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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