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정전사태는 사이버 공격 때문일까

입력 2019-03-13 16:29
베네수엘라 정전사태는 사이버 공격 때문일까

전문가 "실현 가능성 작아…낙후된 설비가 원인일 듯"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정국이 불안한 베네수엘라에 혼란을 가중하고 있는 대규모 정전사태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 주장대로 미국의 '사이버 공격'에 의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사이버 공격이 물론 가능하긴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작고, 노후화한 베네수엘라의 전력 생산시설에 원인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고 AFP통신이 13일 보도했다.

베네수엘라는 동부 볼리바르주 오리노코강에 있는 구리댐의 수력발전시설에 지난 7일 문제가 발생해 수도 카라카스를 포함한 26개주 가운데 16개주의 전력 공급이 대부분 끊기면서 교통 마비와 함께 병원 운영 및 식수 공급 차질 등 난리를 1주일째 겪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자신을 축출하기 위해 야권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지원하는 미국이 사이버 공격을 해 정전을 일으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 보안업체인 더볼트(TheVault)의 기술담당 최고책임자 제프 미들턴은 컴퓨터 바이러스를 이용해 전력망을 공격하는 행위는 '국가 세력'(state actor)에 의해 이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알다시피, 베네수엘라 자체의 (설비) 고장이 아마도 원인일 것"이라며 전력 공급 시설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기술·공공정책 프로그램 전문가인 제임스 루이스는 "미국이 공격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일축했다.

루이스는 "미국은 인터넷이나 재정을 이용하지, 전력을 건드리지는 않는다"면서 "그래 봤자 뭐를 얻고, 왜 괴롭히려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사이버보안업체인 트렌드마이크로의 한 전문가도 전력망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국가 세력의 개입으로 이뤄질 수 있고, 전 세계 주요 발전소들도 대비하고 있는 시나리오라고 분석했다.

베네수엘라의 전력 공급 시스템은 낙후됐고 아주 취약하기 때문에 제한적인 공격을 받아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지만, 이번 정전이 사이버 공격에 의한 것이라는 확실한 징후는 없다고 이 전문가는 덧붙였다.

베네수엘라는 25년에 걸친 공사 끝에 1986년 당시 발전용량이 세계 최대 규모로 알려졌던 구리수력발전소를 완공, 국가 전력의 4분의 3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2008년 이 발전소의 송전시설 고장으로 전국 40% 지역에 정전이 발생하는가 하면 2016년과 2018년에는 가뭄으로 구리댐의 수위가 최저치까지 내려가면서 전력 생산이 줄자 전기 배급제를 시행하는 등 운영에 잦은 차질을 빚어왔다.

한편, CSIS 전문가 루이스에 따르면 발전소나 공항 등 기간시설을 파괴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컴퓨터 바이러스인 '스턱스넷'(Stuxnet)을 이용한 사이버 공격으로 2010년 이란 핵 프로그램이 큰 피해를 본 적이 있다.

시스템에 과부하를 걸어 전력 공급을 수동으로 차단할 수 없게 만드는 공격은 러시아가 2016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일부 지역에 1시간 이상 전력을 끊을 때도 사용한 적 있다고 루이스는 설명했다.

hope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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