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지방자치] '두 마리 토끼 잡자' 울산 1사 1청년 더 채용 릴레이
청년 실업·중소기업 인력난 동시 해결…지역 4천678개 기업과 MOU
울산시,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 인증제 도입·인센티브 제공 등 '채용 분위기' 살려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 "경제가 어려우니 회사들도 경영이 힘들고, 학교를 나와도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려는 청년들은 취업하기가 정말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지난해 4월 울산 플랜트 설비업체인 로텍엔지니어링에 취업한 황모(29)씨는 청년 취업 절벽 이야기가 나오자 한숨을 지으며 안타까워했다.
황씨는 요즘 청년이 느끼는 취업 절벽과 실업을 남보다 먼저 경험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하고 싶은 일이 많았지만, 자신의 현실 수준에 맞춰 직장을 구했다. 하지만 그런 취업의 기쁨도 잠시뿐이었다.
울산 주력산업인 조선과 자동차 경기가 고꾸라지고 지역경제 위기가 이어지자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았다.
그는 제대로 된 일도 못 해보고 바로 실업자가 됐다. 다시 취업에 도전했고, 기회가 닿아 지금의 직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황씨는 지금 막내 사원으로 현장을 누비며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있다.
황씨의 이 같은 취업 성공기에는 울산시가 일자리 창출 정책으로 밀고 있는 1사 1청년 더 채용하기 릴레이 사업이 숨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울산시는 높은 청년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이 인력난을 겪는 소위 '일자리 미스매치' 같은 현상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없을까 고민했고, 1사 1청년 더 채용하기 릴레이 운동 사업이 탄생했다.
이 사업은 일할 청년을 찾는 중소기업과 직장을 원하는 청년에게 도움 주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황씨는 "취업 당시 1사 1청년 더 채용하기 사업을 알지는 못했다"며 "청년 고용 정책을 편다고 모든 청년이 취업할 수는 없겠지만, 자치단체가 청년 실업에 관심을 갖고 일자리 창출 분위기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시 1사 1청년 더 채용하기 릴레이 사업 취지에 공감한 10여 개 공공·지원기관, 민간단체는 사업 성공을 위해 먼저 의지를 다졌다.
2017년 11월 울산시와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 한국산업단지공단 울산지역본부, 한국산업인력공단 울산지사, 중소기업진흥공단 울산지역본부, 울산상의, 울산경총, 중소기업중앙회 울산지부, 무역협회 울산기업협의회, 울산벤처기업협회 등이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 및 청년 일자리 창출 업무협약'부터 했다.
이어 지난해 1월에는 울산·온산국가산업단지 360여 개 기업이 동참했다.
지난해 2월엔 청년뿐만 아니라 조선업 퇴직자를 원전 건설현장에 재취업할 수 있도록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현장 일자리 연계 협약도 맺었다.
3월에는 울산 여성경제인협회 기업 100여 개가, 10월에는 울산 항만발전협의회와 항만물류협회, 울산항선사협회, 울산항선사대리점협의회, 울산화주물류협의회 등에 가입한 해양기업 180여 개가 각각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노동완 울산시 일자리노동과장은 4일 "지역경제와 청년 고용상황이 악화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시가 민관협력으로 문제를 해소하려고 앞장섰고 지금까지 지역 기업 4천678개가 1사 1청년 더 채용하기 릴레이 사업에 동참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로텍엔지니어링 황호일 대표는 이 사업 MOU 동참 후 지난 1년 동안 청년 29명을 채용했다.
황 대표는 "시에서 청년 고용을 열심히 챙기니 기업 입장에서도 한 명이라도 더 채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시와 국가에 기여하는 거 같아 보람도 느낀다"고 했다.
해양물류 분야 전문기업인 울산국제물류센터 박민호 소장도 "우리 회사도 1사 1청년 더 채용하기 사업에 참여해 작년 2명을 채용했고, 올해는 20명 안팎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또 울산시는 1사 1청년 더 채용하기 참여 기업 일부를 대상으로 채용박람회와 구인·구직 만남의 날 행사를 두 차례 진행했다.
여기서만 100여 명이 취업했고, 지난 1년간 로텍엔지니어링이나 울산국제물류센터처럼 기업 스스로 채용한 청년도 적지 않을 것으로 시는 추산했다.
그러나 이 사업이 실질적인 청년 취업 효과로 꾸준히 연결될까 하는 우려도 있다.
노 과장은 "청년 실업이 해소되고 드라마틱한 청년 고용상황이 만들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고용률이 얼마나 개선됐느냐는 정량 평가만으로 당장의 사업 효과를 논할 수는 없을 거 같다"고 지적했다.
울산시도 사업 최우선 가치를 청년 고용 창출을 위한 시민 공감대 형성에 두고 있다. 이후 실질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 사업은 지난해 행정안전부 우수사례로 뽑혀 특별교부세 5천만원을 인센티브로 받기도 했다.
사업 확장성도 확인됐다.
울산시와 울산항만공사가 협업해 이 사업으로 올해 행안부 공모사업에 도전했다. 지역 해운사가 청년 1명을 채용하면 10개월간 고용장려금 1일당 월 100만원을 지원하는 예산 5억7천만원을 확보하는 성과물도 가져왔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지역경제 동향'을 보면 작년 울산 실업률은 4.6%를 기록해 2000년 지역별 실업률 집계 이후 가장 높고, 실업률 상승 폭 역시 역대 최대였다.
조선·자동차 구조조정 등 주력 산업의 활력 저하가 실업률 상승 배경으로 분석됐다.
울산시는 열악한 지역경제 지표에도 1사 1청년 더 채용하기 사업에 참여할 기업과 협업사업을 계속 발굴하기로 했다.
노 과장은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 인증제 도입 등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우수기업을 선정해 행정·재정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일자리 창출 분위기를 확산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you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