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관련 사건' 배당요건 완화…이해충돌방지 후퇴 논란(종합)
관련 사건, 주심에서만 배제 …소속 재판부 배당 가능하게 내규 개정
대법 "특례적용 대법관 수 늘어 개정 불가피" 해명…'재판부 쇼핑' 악용 우려
일부 개정내용은 "설득력 없다" 지적도…대법 "배당돼도 사건관여 안 해"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대법원이 특정 대법관과 관련된 사건을 해당 대법관이 소속된 재판부가 맡을 수 있도록 내규를 개정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달 25일 '대법원사건의 배당에 관한 내규'를 개정했다. 기존 내규는 사건이 특정 대법관과 관련돼 있으면 해당 대법관이 소속된 재판부에 아예 배당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특정 대법관과 관련된 사건'이란 대법관의 4촌 이내 친인척이 근무하는 로펌이 수임한 사건이나 검사 출신 대법관이 검사 시절 수사했던 사건, 변호사 출신 대법관이 변호사 시절 수임했던 사건 등 제척 사유가 있는 사건을 말한다.
개정된 내규는 배당요건을 완화했다.
특정 대법관과 관련된 사건이라도 해당 대법관이 주심만 맡지 않는다면 소속 재판부가 재판을 담당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내규를 개정한 사실이 알려지자 대법원이 사건 배당 원칙을 스스로 후퇴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법관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건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해 재판 공정성을 지키려는 원칙이 퇴색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배당 특례가 적용되는 대법관이 증가함에 따라 배당의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해 특례 적용 방식을 불가피하게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실제로 대법원 1부 소속인 김선수 대법관과 대법원 2부 소속인 노정희 대법관, 대법원 3부 소속인 조희대·김재형 대법관은 '4촌 이내의 친인척이 로펌에 근무하는 대법관'에 해당한다. 대법원의 소부(小部) 재판부 3곳 모두에 배당 특례가 적용되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배당특례를 이른바 '재판부 쇼핑'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배당특례를 엄격하게 적용하면 사건이 아예 특정 재판부로 가지 못하도록 할 수 있으므로, 도리어 선호하는 재판부가 사건을 맡도록 하는 구실이 돼 줄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대법원은 이런 우려를 포함해 여러 현실적 요소를 고려해 내규를 개정한 것이지만, 요건을 지나치게 완화한 게 아니냐는 평가도 적지 않다.
현재 재판부의 면면을 고려해 '4촌 이내 친인척이 근무하는 로펌이 수임한 사건'의 배당을 다소 유연하게 운영하자는 취지는 일면 수긍이 가지만, '검사 출신 대법관이 검사시절 수사했던 사건'과 '변호사 출신 대법관이 변호사시절 수임했던 사건'의 배당특례까지도 함께 개정한 것은 부적절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검사 출신 대법관은 박상옥 대법관 한 명뿐이고, 변호사 출신 대법관도 조재연·김선수 대법관에 불과하므로 '배당 특례 규정이 적용되는 대법관이 증가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대법원의 해명은 수긍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법원은 "관련 사건이 해당 대법관이 소속된 재판부에 배당되더라도 민사소송법과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사건에 관여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배당특례 개정으로 인한 일각의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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