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하강에 벤처업계에도 '일자리 한파'
비용 절감 위해 채용 줄이고 감원 본격화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미국과 무역전쟁 등으로 중국의 경기둔화가 본격화하면서 중국 벤처기업에도 '일자리 한파'가 불어닥쳤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4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최대 구인사이트 중 하나인 '자오핀왕'(招聘網)에 올라온 지난해 4분기 인터넷·전자상거래 분야 채용공고는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다.
온라인 게임 분야의 채용 감소폭은 더욱 커져서 작년 4분기 채용공고가 전년 동기보다 무려 30%나 급감했다.
전반적인 취업난 확산에 자오핀왕에 올라온 채용공고 1건당 지원자의 수는 평균 32명에 달할 정도다.
32살의 프로그래머 왕후이는 "지난해 6월 회사를 그만뒀는데 아직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40개가 넘는 기업에 지원서를 냈지만, 인터넷 분야에서 일한 10년 경력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취업난은 중국 벤처업계의 '좋은 시절'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인력개발 전문가인 아이비 왕은 "중국 기술기업에는 거품이 잔뜩 끼었었지만, 이제 그 거품이 빠지고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중국 기술기업이 벤처캐피털에서 자금을 조달받은 건수는 713건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자금조달 규모도 12% 줄어 183억 달러에 그쳤다.
상당수 벤처기업은 경영난이 심각해지면서 신규 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기존 직원들마저 내보내는 실정이다.
베이징의 한 벤처기업에서 일했던 재스민 쉐는 "지난해 11월 취업해 열심히 일했지만, 6주 만에 회사가 50여 명의 직원을 내보내면서 지난달 해고되고 말았다"며 "비슷한 사례가 여러 기업에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벤처기업의 경영난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경제의 전반적인 둔화에 더해 인터넷, 전자상거래, 게임 시장 등의 포화 상태로 인한 업계 내 경쟁 격화가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 전문가인 윌리엄 리는 "최근 수년간 중국 벤처기업들은 쏟아져 들어오는 투자 자금을 만끽했지만, 이제 그러한 시절은 지나갔다"며 "수익을 내지 못하는 벤처기업들은 비용 통제를 위해 감원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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