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광주교도소 민주인권파크 무산되나…정부, 창업공간 조성

입력 2019-01-23 17:56
옛 광주교도소 민주인권파크 무산되나…정부, 창업공간 조성

광주시 "협의 안 돼, 대통령 공약"당혹· 반발…예비타당성 조사 등 사업 그대로 추진

정부 발표 이후 뒤늦게 알아, '안일한 사업 추진' 지적



(광주=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광주시가 역점으로 추진중인 5·18민주화운동 사적지 옛 광주교도소에 민주인권기념파크를 조성하려는 계획이 무산 위기에 처했다.

소유주인 정부가 이 부지를 창업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23일 광주시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활력 대책회의를 열고 비어있는 교정시설 부지나 군부지 등 국유지 11곳에 공공주택이나 실버타운, 창업·벤처타운 등을 조성하는 '지역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및 국유재산 토지개발 선도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기존 시설 이전이 끝나거나 이전 예정인 1만㎡ 이상 국유지 60곳 중 11곳, 여의도 2.4배 면적인 693만㎡ 상당을 첫 개발 대상 선도사업지로 선정했다.

옛 광주교도소 부지(11만㎡)가 전국 교정 시설 11곳 중 하나로 포함 됐다.

이곳에 5·18 역사체험 공간, 세계인권 도시와의 교류 거점, 공원 등이 들어설 민주인권기념파크를 조성하려던 광주시는 비상이 걸렸다.

시는 정부 발표 이후 부랴부랴 입장문을 내고 "현재까지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애써 부인했지만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시는 "광주교도소는 민주·인권의 역사적 가치를 간직한 공간으로 5·18 사적지로 지정됐으며 앞으로도 원형 보존해야 할 가치가 큰 장소다. 이 부지를 활용해 민주인권기념파크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역 공약사업"이라고 반발했다.

시는 "추진협의회를 구성해 세부적인 사업계획과 콘텐츠를 수립하고 있으며, 올해 정부 부처와 국회의 협조를 구해 예비타당성 조사와 지방재정 투자사업 심사 등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나설 계획"이라고 사업 추진 의지를 밝혔다.

민주인권기념파크 조성은 문 대통령의 광주지역 대선공약 중 하나다.

시는 지난해 8월 사업안을 확정했으며, 올해 예비 타당성 조사와 지방재정투자사업 심사를 거쳐 2021년부터 기본 및 실시설계용역을 추진해 2024년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정부 발표뒤 부랴부랴 입장을 낸 시의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대통령 공약사업이라면서도 정작 정부와 협의도 없이 안일하게 사업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시 관계자는 "사전 협의도 전혀 없이 기재부에서 마음대로 발표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발표 이후 문의하니 확정이 아닌 계획일뿐이라고 해서, 향후 기재부와 행안부, 법무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해 민주인권기념파크 조성사업을 계획대로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cbeb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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