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괴담' 검증해 논문상받은 대학생 "근거없는 소문 막아야"
"인체는 가만히 있어도 방사능에 노출…공포 느낄 일 아냐"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유명 일본산 젤리에서 방사선이 검출돼 위험하다는 괴담이 퍼지는 걸 보고 문제의식을 느꼈어요. 근거 없는 소문으로 감정적 동요가 일어나는 걸 막는 게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해요."
세종대학교 원자력공학과 졸업을 앞둔 재학생 홍우성(26) 씨는 1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방사능 관련 연구를 진행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홍씨는 지난해 '일본산 젤리 등 방사능 괴담, 무엇이 진실인가 (To the Common Myths on Radioactivity: "Don't Ever Eat Jelly Snacks from Japan"- What is the Truth?)' 라는 논문으로 2018년도 한국원자력학회 원자력 학생 학술대회에서 우수논문상을 받았다.
논문과 별도로 홍씨는 지난해 여름방학부터 일상에 퍼진 방사능 관련 괴담이 사실인지 검증하고 이를 일반인이 알기 쉽게 풀이하는 글을 블로그에 게재해왔다.
홍씨는 지난 12일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일본 후쿠시마에 생산 공장을 둔 젤리에서 방사선이 검출된다는 괴담을 파헤쳤다.
괴담에 등장하는 젤리의 방사선을 측정해 바나나, 아보카도, 소금 등에서 나오는 방사선과 비교한 결과 젤리에서 나오는 방사선은 바나나에서 검출된 것보다도 적었다.
홍씨는 "일본산 젤리에서는 어떠한 방사성 오염도 확인할 수 없었다"며 "생산 공장이 후쿠시마에 있다는 점과 후쿠시마에서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났었다는 점을 두고 교묘하게 인과관계가 있는 듯이 쓰인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특성 물질에서 방사선이 나오는지 측정하려면 배경 방사선을 차단하는 것이 기본인데, 사람들은 이런 과정 없이 측정기에서 소리가 나면 무조건 방사능 위험 물질로 오해한다"며 안타까워했다.
홍씨는 실험에서 납 벽돌과 구리 함 등으로 측정 대상 물질을 감싸 자연에 존재하는 배경 방사선이 측정기에 검출되지 않도록 통제한다.
그는 또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나 우리 몸의 구성 성분도 방사능을 갖고 있다"며 "방사능을 무조건 공포의 대상으로 생각할 게 아니라, 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홍씨의 논문을 지도한 김기현 교수는 "일반인에게 원자력을 알리는 것은 중요한 주제인데도 실험이 어렵지 않다"며 "아이디어만 좋으면 학부생들이 충분히 참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씨는 앞으로도 다른 세종대 원자력공학과 학생들과 함께 블로그에 실험 결과들을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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