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안전망-경제활력' 투트랙으로 고용불안 헤쳐나가야
(서울=연합뉴스) 지난해 늘어난 취업자가 9만7천명으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1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생산가능인구 대비 취업자 비율을 뜻하는 고용률도 60.7%로 전년 대비 0.1% 떨어졌다. 연간 고용률이 하락한 것도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실업률은 3.8%로 2001년(4.0%)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았으며, 실업자 역시 107만3천명으로 지금 방식의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가장 많았다. 청년 실업률이 전년보다 조금 나아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고용상황이 나빠진 것은 여러 원인을 꼽을 수 있다. 우선 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들어 노동 수요 자체가 줄었다. 자동차, 조선, 해운 등 주력산업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관련 산업 종사자들이 어쩔 수 없이 고용시장에서 밀려나기도 했다. 이런 경기적·구조적 요인들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고, 해당 산업의 지속가능성 유지를 위해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고용 취약계층의 일부가 고용시장에서 밀려나는 것처럼 정책적 요인도 간과할 수 없다. 아무리 정책 취지가 좋더라도 추진과정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생길 수 있다. 적극적이고 세심한 보완이 필요한 이유다.
고용상황 악화는 소득분배의 악화로 이어진다. 고용 취약계층의 대부분은 저소득층이다. 그래서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저소득층이 고용시장에서 밀려나면 기존의 낮은 소득도 유지할 수 없다. 반면 전문직이나 고용 안정성이 뛰어난 고임금 근로자들의 소득은 경기가 좀 어렵더라도 꾸준히 늘어난다. 소득 양극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소득 상위 20%의 평균소득을 하위 20%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이 종전에 비교해 크게 높아졌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기 하락 가능성이 커지면서 당분간 고용상황이 개선될 여지는 크지 않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다. 하나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고용시장에서 밀려나거나 소득이 감소한 고용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소득을 적정선에서 보전받을 수 있도록 촘촘한 보완책을 만들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자영업자 비율을 줄여야겠지만, 당장 생활이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의 살길도 마련해야 한다. 또 하나는 신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을 강구하는 일이다. 멀리는 4차산업혁명이 제대로 펼쳐지도록 산업생태계를 만들고 단기적으로는 주력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서 최우선 순위로 내세운 '경제활력 제고'가 헛구호가 되지 않도록 세부정책들도 적극 발굴해야 한다. 결국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획기적 기업투자를 끌어낼 수 있도록 과감한 정책 전환도 전략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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