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靑, 국채보도자료 취소 요구" vs 정부 "비밀유출 고발"(종합3보)

입력 2019-01-02 18:04
수정 2019-01-02 21:32
신재민 "靑, 국채보도자료 취소 요구" vs 정부 "비밀유출 고발"(종합3보)

신재민 "차영환 당시 靑 비서관이 국채 보도자료 취소 요구"

기재부 "비밀 무단 유출, 사실과 다른 내용 공표…국정수행 영향 우려"

(세종=연합뉴스) 이 율 이세원 기자 = 청와대의 적자 국채 추가 발행 압박 논란과 관련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33·행정고시 57회)과 기재부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신 전 사무관이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압박의 주체를 지목한 데 대해 기재부는 검찰 고발로 맞서면서 양측의 공방은 향후 검찰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은 2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국고채 발행계획 보도자료 취소를 요구한 인물로 차영환(현 국무조정실 2차장) 당시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을 지목했다.

그는 이날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기자회견에서 "청와대에서 직접 국·과장에게 전화해서 (적자 국채를 추가 발행하지 않기로 한 2017년 11월 23일) 보도자료를 취소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화를 건 인물이 누구냐는 물음에 "차영환 (당시) 비서관"이라고 답했다.

기재부가 2017년 11월 23일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같은 해 12월 4조6천억원 규모의 국고채를 발행한다는 계획이 담겼으나 적자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는 계획은 담기지 않았다.

청와대가 이런 보도자료가 배포된 이후에도 적자 국채를 추가 발행하도록 무리하게 압박했다는 게 신 전 사무관 주장의 핵심이다. 신 전 사무관의 설명과 기재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적자 국채 추가 발행 요구는 실현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국채업무의 담당자였고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보고하러 4번이나 들어갔다며 부총리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을 의식해 적자 국채 발행을 계속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기재부는 법적 대응으로 맞섰다. 청와대가 KT&G 사장교체를 지시하고 적자국채 발행을 강요했다고 주장한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날 오후 5시께 검찰에 고발했다.

KT&G와 관련한 동향 보고 문건을 외부에 유출한 행위, 적자 국채 추가발행에 대한 정부 내 의사결정 과정이나 청와대와의 협의 등 관련 정보를 외부에 공개한 행위를 수사해 처벌해달라는 취지다.

기재부 관계자는 신 전 사무관의 행위가 "공무상 취득한 자료를 외부에 무단으로 유출하거나 기재부와 청와대의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 관해 스스로 판단해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을 여과 없이 유출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런 사안을 처벌하지 않아 제2·제3의 신재민이 생기면 공무원의 정상적인 직무수행이나 국정 수행에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굉장히 우려돼 법적인 조치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전 사무관의 행위가 공익성 제보 성격인 만큼 법적 대응에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공익적 제보에 대한 판단은 법원이 해야 한다. 우리가 공익성을 이유로 고발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반응했다.

형법 127조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51조에 따르면 공무원 신분으로 취득한 공공기록물을 무단 유출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



신 전 사무관의 폭로에 기재부가 검찰 고발로 맞서면서 양측의 공방은 향후 검찰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신 전 사무관은 "저 말고 다른 공무원이 절망하고 똑같은 상황에 처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순수히 이 나라 행정조직이 나아졌으면 해서 유튜브 동영상을 찍었다"며, 자신은 공익 제보자로서 보호받기를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검찰이 수사하면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신 전 사무관은 지난달 29일부터 유튜브와 고려대 인터넷 커뮤니티인 '고파스' 등에 올린 동영상과 글에서 청와대가 KT&G 사장을 교체하도록 압력을 넣었고 정부가 기업은행[024110]을 동원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KT&G 사장은 외국인 주주 등의 반대로 교체되지 않았다.



신 전 사무관은 2017년 11월 대규모 초과 세수입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적자 국채 발행을 요구하는 등 무리하게 개입했으며 기재부는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1조원 규모의 국채매입을 갑자기 취소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기재부는 적자 국채 추가발행과 관련해 청와대도 의견을 제시했으나 강압적 지시는 전혀 없었고, 청와대와 협의를 거쳐 기재부가 적자 국채를 추가 발행하지 않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했다고 반박했다.

yulsid@yna.co.kr

sewo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