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눈치 보나"…美 '화웨이 견제' 나섰지만 유럽은 '주저'

입력 2018-12-12 12:29
"중국 눈치 보나"…美 '화웨이 견제' 나섰지만 유럽은 '주저'

미국 요구 들어줬다가 中 비위 건드릴까 우려

英 BT '화웨이 배제' 결정에도 프랑스·포르투갈 등 "화웨이 환영"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미국이 세계 선두 통신장비 제조업체로 부상한 중국 화웨이 견제에 나섰으나 유럽 국가들은 여기에 동참하기를 주저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2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화웨이가 공급하는 통신장비가 중국 정부의 사이버 공격 등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면서 주요 동맹국들에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구매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일본, 뉴질랜드, 호주 등이 동참해 정부 구매 등에서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세계 통신장비 시장의 주요 고객인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요구에 망설이는 모습을 보인다고 SCMP는 전했다.

섣불리 미국의 요구에 응했다가 중국의 기분을 상하게 할 경우 거대한 소비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 시장 진출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성적인 경기침체에 시달리는 유럽으로서는 중국의 투자가 절실하기도 하다.

SCMP는 이러한 유럽 국가의 상황을 국가 안보와 경제적 이익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영국의 이동통신 사업자 브리티시텔레콤(BT)이 차세대 이동통신망인 5G 네트워크 건설에서 화웨이 장비를 제외하기로 했으나, 영국 정부 차원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기로 한 것은 아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화웨이 관계자들은 최근 영국 정보당국자들을 만나 영국이 우려하는 보안 문제 해결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기로 약속했다.

독일 정부 내에서도 화웨이의 5G 구축 입찰에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지만, 독일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한 유럽 이동통신 기업 중역은 "독일의 3대 통신사업자 모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며 "몇달 전까지 안보 문제는 5G 네트워크 구축에서 이슈가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프랑스는 되레 화웨이를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장관은 중국 후춘화(胡春華) 부총리와 만난 후 "프랑스에 투자하고 프랑스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업이라면 환영한다"며 "국가 안보와 관련된 문제는 정부가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포르투갈의 선두 이동통신사도 최근 5G 개발과 구축을 위해 화웨이와 계약을 맺었으며, 이탈리아 일부 지역도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화웨이는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등을 발판으로 성장해 왔으며, 유럽에서 1만1천여 명의 직원과 18개 연구소를 거느리고 있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