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오영식 코레일 사장 사퇴…'안전 열차' 계기 돼야
(서울=연합뉴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KTX 열차의 잇따른 사고에 책임을 지고 자진해서 물러났다. 지난 8일 강릉선 KTX 탈선사고가 발생한 지 사흘만이다. 형식적으로는 자진 사퇴이지만 경질 성격이 강하다고 봐야 한다. 지난 3주간 코레일에서 10차례나 사고가 나면서 국민 불안이 심해졌다는 점에서 오 사장의 퇴진은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오 사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하고는 "그동안 공기업 선진화라는 미명 아래 추진된 대규모 인력 감축과 과도한 경영합리화와 민영화, 상하 분리 등 우리 철도가 처한 모든 문제가 그동안 방치된 것이 사고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했다. 물론 그런 측면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동안 코레일이 수익성을 추구하면서 유지·보수 부문을 외주화하고, 투자를 축소한 것이 근원적인 원인일 수는 있다. 그러나 현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6개월이나 된 시점에서 이전 정부와 경영진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은 군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철도에 대해 잘 모르는 오 사장이 지난 2월 코레일 사장으로 취임한 것 자체가 국민들로서는 불안한 일이었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 출신의 3선 의원으로, 철도 관련 분야에서 근무한 적이 없었으니 전문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조직 장악이 쉽지 않고, 내부 기강을 바로잡기가 여의치 않았을 것이다. 전문성이 없는 리더는 현장의 디테일을 알 수 없고, 조직문화에 긴장을 불어넣기도 어려운 법이다.
이런 낙하산 인사는 역대 정권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지난 2005년 코레일 설립 이후 7명이 사장을 맡았으나 내부 출신은 신광순 초대사장을 비롯한 2명 밖에 없었다. 보수정권이든 진보정권이든 코레일을 전리품으로 여기고 낙하산 인사를 당연시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코레일 사장 자리에 전문성과 리더십 등을 갖춘 인물을 앉혀야 한다. 새로 임명되는 사장은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원인을 찾아내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내부 정비인력은 충분한지, 조직 구조에 결함은 없는지 등을 세심하게 따져봐야 한다. 조직 기강이 흐트러졌다면 다부지게 다잡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KTX 사고는 우리의 일상이 과연 안전한가라는 근본적 불신을 국민에게 줬다"면서 "KTX 노후 시설뿐 아니라 신설 시설까지 안전점검을 다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지적대로 철저하게 살펴서 고칠 것은 모두 고쳐야 한다. 이번 KTX 사고가 국민이 안심하고 열차를 이용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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