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공사대금채권 넘기면 저당권청구권도 함께 이전" 첫 판단
"채권자 방해해도 사해행위 아냐"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건물 신축공사 업체가 건물 소유주를 상대로 보유한 공사대금채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 경우 저당권설정청구권도 함께 이전된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공사대금채권을 넘겨받은 업체가 파산상태에 빠진 건물에 공사대금채권을 근거로 저당권을 설정하고 건물 채권자의 채권을 방해해도 사해행위(채무자가 고의로 재산을 감소시켜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어렵게 만드는 것)에 해당하지 않게 된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문 모씨가 부동산공사업체인 A사를 상대로 낸 사해행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전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일부승소 취지로 대구고법에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공사대금채권이 양도되는 경우 저당권설정청구권도 이에 수반해 함께 이전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신축건물의 공사 수급인에게서 공사대금채권을 양수받은 자는 저당권설정청구권에 의해 신축건물에 저당권을 설정할 수 있고,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부동산공사업체인 B사는 1992년 유통업체인 C사와 공사대금 227억원에 신축건물을 짓는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C사가 공사대금 일부를 제때 주지 않자 B사가 소송을 냈고, 2001년 'C사는 B사에 18억원을 지급하라'는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후 B사는 법원의 확정판결로 인정받은 공사대금 18억원 채권을 A사에 넘겼고, A사는 2013년 민법 666조가 규정한 '공사수급자의 저당권청구권'에 따라 C사 소유의 신축건물에 채권액을 100억원으로 하는 저당권을 설정했다.
그러자 C사의 채권자인 문씨는 "A사의 저당권 설정행위가 C사 채권자들에 대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공사를 맡은 사람의 저당권청구권이 공사대금채권과 함께 제삼자에게 이전되는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공사수급자의 저당권청구권은 법률이 인정한 권리이므로 사해행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저당권청구권이 공사대금채권과 함께 이전된다고 인정되면, 공사대금채권을 넘겨받은 자가 저당권을 설정해도 사해행위가 아닌 것이 된다.
앞서 하급심은 엇갈린 판결을 내렸다.
1심은 "저당권청구권은 주된 권리인 공사대금채권의 담보를 위해 존재하는 권리이므로 공사대금채권을 양도하면 저당권청구권도 수반해 이전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A사가 넘겨받은 20억원(지연손해금 포함)의 공사대금 채권에 한해 저당권 설정행위는 사해행위가 아니고 나머지 채권액 80억원에 대해서만 취소하라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공사수급인의 저당권청구권은 공사수급인에게만 인정되는 권리로 수급인으로부터 공사대금채권을 양수한 채권양수인에 불과한 자는 저당권청구권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이에 따라 A사의 저당권 설정행위는 전부 사해행위에 해당하므로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1심의 판단이 옳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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