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0일께 제로페이 출시…상인들 "초반에만 '반짝지원' 안돼"
박원순, 신촌 돌며 제로페이 가맹점 신청받아…"대세로 만들겠다"
상인들 "소득공제율 40% 넘어서는 혜택 확대해야…홍보 집중해달라"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자영업자들이 부담하는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를 낮추기 위해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하는 '소상공인 간편결제(제로페이)'가 다음 달 20일께 출시된다.
자영업자들은 수수료 0%대인 제로페이 출시를 환영하면서도 정부와 서울시가 초반에만 지원을 집중했다가 거둬들여 정책 자체가 흐지부지되는 것은 아닌지 아직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제로페이 출시를 한 달여 앞둔 22일 신촌을 돌며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제로페이 가맹점 가입을 독려했다.
제로페이는 박 시장이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내놓은 수수료 0% '서울페이' 출시 공약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지방선거 이후 정부가 전국 단위 정책으로 도입해 추진하고 있다.
박 시장은 이날 약국, 옷 가게, 도시락집 등에 들러 '수수료제로 서울페이'라고 쓰인 유인물과 가입 신청서를 나눠줬다.
유인물에는 "(자영업자들이) 신용카드 결제 때 매출액의 0.8∼2.3%를 카드수수료로 부담해 프랜차이즈 업종의 경우 영업이익의 30∼50%를 카드수수료가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고 쓰여 있었다.
제로페이는 신용카드사의 결제 망을 거치지 않는 결제 방식이다.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가맹점의 QR코드를 찍으면 바로 고객 계좌에서 자영업자 계좌로 현금이 이체되도록 하는 계좌이체 방식이다.
전년도 매출액이 8억원 이하인 소상공인은 제로페이 수수료가 말 그대로 0%다. 매출액 8억원 초과∼12억원 이하는 0.3%, 12억원 초과는 0.5% 수수료를 내야 한다.
이날 신촌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의 가장 큰 우려는 제로페이의 지속 가능성이었다.
18년간 신촌에서 식당을 운영해온 오종환(서대문구소상공인회 이사장) 씨는 "현재 대기업인 카드회사와 제로페이가 시장에서 충돌하는 상황인데, 지속적으로 이 충돌을 이겨낼 정부·지방정부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씨는 "현재 매출액의 2.5%를 카드수수료로 내고 있다"며 "초반에만 정부 지원이 집중되다가 빠지면 정책이 힘이 없어지고, 나중에는 외면받을 수 있으니 지속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29일부터 제로페이 가맹점 가입 신청을 받기 시작해 현재 1만4천∼1만5천개 신청서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프랜차이즈의 경우 본사가 일괄 가입을 이끌 수 있는데, 현재 서울 내 매장이 800개인 파리바게뜨가 제로페이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서울시는 이날 소공지하도상가에서 영업하는 소상공인 111명에게서도 가입 신청서를 전달받았다.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만한 유인책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제로페이를 이용하면 가장 높은 수준인 소득공제 40%가 적용되지만, 이외의 유인책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신촌에서 노래연습장은 27년간 운영해온 권 모 사장은 "소비자들도 이익이 돼야 제로페이를 쓸 것 아니냐"며 "현대카드라든지 삼성카드를 많이 쓰면 포인트가 쌓이고 각종 요금 할인도 되는데 제로페이의 장점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고 했다.
권 사장은 "홍보 부족으로 아직 소비자들이 제로페이에 대해 잘 모르고 있으니 보여주기식으로 정책을 펴지 말고 하려면 제대로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이 제로페이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주로 은행 계열사인 카드회사 거래실적이 줄어들면 대출에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홍성호 신촌상인연합회장은 "은행권 대출이 있는 상인들의 가장 큰 고민이 대출 문제"라며 "카드회사 거래실적을 어느 정도 쌓아둬야 유리한 조건에 대출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로페이 사용으로 실적이 줄어들면 대출이 잘 안 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내년부터 제로페이를 알리는 TV 광고를 하는 등 홍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신용카드를 쓰는 것처럼 제로페이를 쓰면 우리 이웃인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소득공제율 또한 일반 신용카드보다 높은 40%"라며 "제로페이가 대세가 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초기 홍보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문제는 소비자가 그간 익숙했던 신용카드 대신 제로페이를 쓰느냐 여부"라며 "지자체들이 공공시설 할인 등 다양한 방식의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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