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비유럽 외국학생 등록금 최대 15배 인상…유학생들 '날벼락'

입력 2018-11-20 05:00
수정 2018-11-20 07:24
佛, 비유럽 외국학생 등록금 최대 15배 인상…유학생들 '날벼락'

내년 9월부터 EU 밖 국가 출신 학생에 등록금 연 20만원에서 360만원으로↑

필리프 총리 "프랑스 학생들과 동등한 혜택주는 것 불공정"

한국 유학생들도 "프랑스 가장 큰 장점 낮은 학비였는데…앞날 캄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가 그동안 자국인들과 동등하게 사실상 무상교육 혜택을 제공한 비(非) 유럽국가 유학생들에게 연 300만∼400만원 가량의 등록금을 받기로 했다.

프랑스에서 국립대에서 학부나 석·박사 과정에 유학하려는 한국 등 비(非)유럽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은 현재 수준에서 최대 15배로 가량으로 급격히 늘게 됐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19일(현지시간) 프랑스의 외국 유학생 유치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프랑스의 외국 유학생 수를 현 32만명 수준에서 2027년까지 50만명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체류허가 절차 완화, 행정지원 강화, 장학금 확대 등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외국 유학생을 확대한다는 정책목표가 유럽연합 회원국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국립대의 재정부담 완화와 교육의 질 제고를 이유로 내년 9월부터 EU 회원국이 아닌 나라 출신 유학생들에게 학부생의 경우 연간 2천800유로(360만원 상당), 대학원 과정은 연 3천800유로(490만원 상당)의 등록금을 받기로 했다.

지금까지 프랑스에서 외국 유학생들은 모두 프랑스 학생들과 같은 조건에서 소액의 등록금만 납부하면 국립대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현행 등록금은 학부 과정은 연간 170유로(22만원 상당), 석사 240유로(31만원), 박사 380유로(49만원) 가량이다.

학부생은 현행보다 15배, 박사과정생은 10배가량 등록금을 올리는 것이다.

필리프 총리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외국 유학생들이 프랑스의 빈곤한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같은 학비를 내는데, 프랑스 학생들의 부모는 프랑스에 거주하고 일하고 세금을 내고 있다"면서 "이런 제도는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똑똑한 외국 유학생을 더 많이 유치하려면 대학의 질적 개선을 위해 등록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립대의 재정부담을 줄이고 유럽연합의 결속 강화를 위해 비유럽 국가 유학생들에게 비용의 일부를 부담시키는 것이 옳다는 논리다.

프랑스 교육부는 이렇게 등록금을 올리더라도 학생들이 내는 돈은 실제 교육비용의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이렇게 비유럽 국가 유학생들에게 거둬들인 돈을 국립대의 영어교육 및 외국어로서의 프랑스어 교육(FLE) 강화 등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외국 유학생들은 등록금이 갑자기 10∼15배 오른다는 소식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 국립대에서 석사과정을 공부하는 한국인 유학생은 "프랑스 대학의 가장 큰 장점은 학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이었고 그런 점 때문에 유학을 결심했는데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앞날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박사과정 진학을 앞둔 다른 한 한국 유학생도 "학교에서 한국과 중국 친구들도 난리가 났지만, 아프리카 친구들은 걱정이 정말 태산이다. 등록금 인상을 신입생부터 적용한다는 건지, 재학생은 유예되는 건지 등 자세한 내용도 전혀 모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학생단체 UNEF와 FAGE 등도 비유럽 외국 출신 유학생들을 차별하는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조치의 가장 큰 타격은 프랑스 외국 유학생의 45%를 차지하는 아프리카 출신 유학생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프리카 나라들은 대부분 경제사정이 열악해 프랑스의 무료에 가까운 국립대 교육정책의 큰 수혜를 입었지만, 새 정책이 시행되면 유학생 급감이 예상된다.

프랑스 정부는 아프리카 지역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장학금 지급대상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프랑스의 한국 유학생의 급감도 예상된다.

현재 프랑스 유학생 수는 어학연수생까지 합쳐 6천300명 안팎으로 그리 많은 수는 아니다.

송세경 주프랑스한국교육원장은 "프랑스 대학은 국립대의 학비가 거의 없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는데 그런 점이 사라지면 아무래도 우리 학생들의 유학 유인이 줄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수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지원을 확대해달라고 프랑스에 지속해서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 유학생들의 경우 국립대가 아닌 프랑스의 사립대나 패션스쿨 등 전문 직업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꾸준히 느는 추세라서 유학생이 급격히 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유학생들과 달리 프랑스 대학들은 정부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이 대부분이다. 열악한 대학 재정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안 뤼시 와크 프랑스그랑제콜연합회장은 르몽드와 인터뷰에서 "그랑제콜(프랑스의 소수정예 특수대학)은 이미 오래전부터 합리적인 수준으로 (유학생들에게) 등록금을 인상해왔다"면서 프랑스 대학들의 질적 도약에 이번 조치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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